서면질의서의 구체적 답변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않던 검찰이 일부 내용을 언론에 흘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주목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일정이 결정된 만큼 비장의 카드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으나, 노 전 대통령 측을 압박할 카드는 사전에 언론에 흘려 소환 조사에서 주도적 위치를 선점하려는 검찰의 의도로 풀이된다.
27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 정상문(구속)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100만달러를 받은 것과 관련해 '사용처를 못 밝히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서면질의서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100만달러는 권양숙 여사가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건네받아 채무 변제용으로 사용했다"며 "용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소환 조사에 앞서 검찰은 지난 22일 노 전 대통령 측에 A4 7장 분량의 서면질의서를 보냈고, 노 전 대통령 측은 25일 검찰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26일 소환일정을 발표하며 답변서 내용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개별적으로는 답변을 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답변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사브리핑에서는 답변서 내용에 대해 함구하던 검찰이 일부 내용을 언론에 흘린 이유가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비장의 카드는 소환을 대비해 아껴두면서도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할 카드는 미리 언론에 흘려 소환 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100만달러의 사용처를 밝힐 수 없다'는 노 전 대통령 측의 대응이 미심쩍을 뿐 아니라,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노 전 대통령 측을 압박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소환날짜를 앞두고 이날도 노 전 대통령 혐의 입증에 핵심 열쇠를 쥔 정 전 비서관을 서울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정 전 비서관은 종전 입장과는 달리 일부 진술에 변화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정 전 비서관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00만달러와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빼돌려 조성한 차명 비자금 12억5000만원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은 몰랐던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막바지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보낸 답변서를 세밀히 분석, 소환 당일 신문할 수백 개의 질문 사항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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