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유증·CB 할증발행...'뭘 믿고?'

고객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로 돈이 몰리면서 관리종목이나 액면가 미만의 저가주까지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관리종목 엔엔티(옛 )는 개인투자자 10명을 대상으로 1000만주,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신주발행가는 액면가인 500원, 납입일은 다음달 13일로 정해졌다. 역시 관리종목인 도 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7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 CB는 주식으로 무조건 의무전환되는 구조로 이자는 없으며 전환가액은 액면가인 500원이다. 문제는 이들 관리종목의 주가가 액면가인 500원 이하라는 점이다. 16일 종가기준 엔엔티는 330원, 굿이엠지는 320원이다. 3자배정에 참여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전혀 메리트가 없다. 특히 굿이엠지의 경우 가격 메리트뿐 아니라 매각에도 제한이 있다. 이번 굿이엠지 CB를 인수하는 투자자는 1년간 전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주가가 액면가 이상으로 올라도 최소 1년간은 차익을 실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불리한 조건인데도 기한이익상실 조항, 손실보전계약 등 기타 별도약정은 없다고 밝혔다. 투자주의종목인 인젠도 16일 3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증을 결의했다. 발행가는 액면가인 500원. 홍콩계 투자사 2곳(Boyuan Capital Limited / KONG, KIN WA)이 각각 200만주와 400만주씩 인수하면서 1년간 보호예수키로 했다. 이 소식을 전후해 인젠은 15, 16일 이틀을 상한가로 뛰어 580원까지 올랐다. 14일 종가는 440원이었다. 사실상 할증발행인 셈이다. 이같은 저가종목들의 할증 자금모집에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섣부른 기대감으로 부화뇌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상식적이지 않은 투자에는 그만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다. 무리한 유증이 실패로 돌아가면 실망감으로 주가가 급락하기 마련이고, 설사 성공했다 하더라도 자금조달을 위한 무리수를 쓸 수밖에 없어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 한때 잘나가던 안티바이러스 업체였던 H기업의 퇴출 스토리가 할증으로 자금모집을 했다 좌초된 좋은 예다. H기업은 2004년 5월 1700원대에 유증을 결의했지만 주가가 1300원대까지 밀려 유증이 실패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불가능하게 보였던 유증이 성공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후 하우리는 이상한 행보를 보인 끝에 증시에서 퇴출됐다. 지방의 영화관을 인수하는 외도를 하는 등 무리수를 두다 끝내 증시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에 대해 증시 관계자들은 "할증 유증 당시 자금을 넣은 투자자들에게 H기업 사장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H기업의 몰락을 회상했다. 올해 상장폐지된 우수씨앤에스도 지난해 300원대 주가에서 액면가(500원) 유상증자에 성공한 바 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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