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 산실 대덕밸리 시리즈 / (22)과학기술연합대학원(UST)
UST 국가핵융합연구소 캠퍼스의 수업장면. 권 면 교수(맨 왼쪽)가 국내에서 유일한 핵융합실험장치 KSTAR 앞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br />
-연구, 실무경험 갖춘 실용주의적 과학인재 키운다
-정부출연연구원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
국내서 ‘가장 넓은 대학캠퍼스’는 어딜까? 서울대, 영남대 등을 꼽지만 정답이 아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과 비교하면 모두 한참 아래다.
이 대학은 대덕연구개발특구 전부가 강의실이자 캠퍼스라 할 만큼 강의실운영범위가 넓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 29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설립한 대학원중심의 대학으로 그곳에서 수업이 이뤄지는 까닭이다.
UST의 모든 강의는 출연연구기관 연구실에서 이뤄진다. 출연연구원이 몰려있는 대전 대덕벌 곳곳은 물론 전국 29개 출연연구기관이 이 대학의 캠퍼스 구실을 해 결국 UST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셈이다. 이점이 이채로운 특징이기도 하다.
만 11살의 나이로 UST 석사과정(천문연구원)에 입학한 송유근군
◇UST는 어떤 학교? 천재소년 송유근이 다니는 곳=UST는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등 새로 주목 받는 융·복합기술분야의 인력을 길러 내기위해 2003년 말 정부출연연구원들이 힘을 합쳐 세웠다.
2004년 3월 처음 학생이 입학했고 2006년 첫 졸업생을 낸 이후 박사 54명, 석사 165명의 졸업생이 나왔다. 이 중엔 외국학생들(70명)도 들어있다.
이들은 전자통신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삼성전자, 포스코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대기업 연구인력으로 취업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취업률은 약 88%로 꽤 높다.
UST에 개설된 전공분야는 62개. 천문우주, 생체신경, 원자력암의학, 한의생명, 항공기시스템 등 융합기술분야들이다.
특히 모든 강의가 각 정부출연연구원에서 이뤄져 학생들이 해당기관들이 갖고 있는 국내 최고 연구시설과 장비를 이용하는 혜택을 본다. 수업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UST석사를 마치고 미국 NASA연구센터에서 공부하고 있는 허 린씨는 “최고의 연구시설과 장비로 공부하며 실제 연구현장과 같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게 발전의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2월 만 11살의 나이로 대학원에 도전한 천재소년 송유근 군(한국천문연구원 석사과정)이 입학,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새로 짓게 될 UST 대학 본부의 조감도
대덕특구 내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안에 대학본부를 둔 UST는 오는 6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안에 독자 대학본부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학생 490명…교수 1000명=UST의 또 다른 장점은 풍부한 교수진이다. 이들은 연구지식은 물론 오랜 연구경험과 현장노하우를 가진 과학자들이다.
특히 일반대학들처럼 1명의 교수가 여러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이 아니다. 분야별로 여러 명의 교수가 1~3명의 학생을 지도한다. 학생이 490여명임에도 교수는 1000여명이나 될 만큼 교수들이 많고 막강하다. 국내 유일의 ‘학생보다 교수가 많은 대학’인 셈이다.
이 대학의 또 하나 매력은 학비부담이 없다는 것.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등록금이 면제된다. 오히려 돈을 받으며 공부한다. 박사과정 학생은 120만 원 이상, 석사과정 학생은 90만 원 이상의 연구장려금을 받는다. 해외연수 경비나 학회·세미나 출장비, 참가비까지 나온다. 출연연구원 기숙사도 무료 이용할 수 있다.
천재소년 송유근 군은 천문연구원이 제공한 기숙사에서 매달 9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캠퍼스의 수업장면. 문건필(박사과정) 학생이 지도교수로부터 연구장비 활용법을 배우고 있다.
최상의 교육환경인 만큼 이 대학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서류심사인 1차 전형에선 기본적인 서류심사요건 충족여부를 판단한다. 2차 심층면접에선 5명의 교수들로 이뤄진 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1시간 여 교수들 질문에 답하고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연구분야와 과학기술에 대한 안목, 비전, 철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학교는 과학기술분야 전문대학원이지만 이공계학생들만 입학하는 건 아니다. 출신대학, 전공을 입학사정에 필수조건으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UST는 교육방식, 연구환경, 경제적 부담 등 여러 면에서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공부할만한 환경과 조건을 다 갖췄다. 학생들도 졸업 후 상당히 ‘괜찮은 미래’를 보장받는다.
그럼에도 UST가 넘어야할 산이 높다. 역사가 짧은 만큼 지원·관리인력, 예산, 조직이 아무래도 미흡하다. 홍보여력도 달려 학교인지도가 낮다. 더 좋은 인적자원을 뽑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외 네트워크, 학교위상 강화가 필요한 때다.
이세경 UST 총장은 “더 좋은 우수학생들을 뽑아 우리나라 과학기술산실인 정부출연연구기관·단체들의 연구 활성화에 한몫을 하면서 우수인재로 거듭나게 하는 게 우리 대학의 목표이자 과제”라고 말했다.
노형일 기자 gogonh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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