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김래원은 스타 배우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영화든 드라마든 한쪽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작품이든 출연만 하면 히트작으로 만들어낸다. 지나치게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몇 년에 한 번 꼴로 얼굴을 내비치지도 않는다. 대중에 대한 이미지 또한 매우 긍정적이다.
◆ '인사동 스캔들', 충무로 3번타자의 선택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와 영화 '어린 신부'의 대성공 이후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 '미스터 소크라테스' '해바라기' '식객' 등의 히트작을 줄줄이 내놓았다. 만루홈런은 없어도 안타와 홈런을 번갈아 치는 3번 타자는 되는 셈이다. 타율만 따진다면 웬만한 배우들을 능가한다. 타율이 좋다는 것은 공을 고르는 눈이 좋다는 의미이다. '3번타자' 김래원 선수의 새 작품은 영화 '인사동 스캔들'이다.
김래원은 '인사동 스캔들'에서 천재적인 미술품 복원 전문가 이강준 역을 맡아 엄정화, 임하룡, 홍수현 등과 함께 연기했다. 안견의 숨겨진 명화 '벽안도' 복원을 둘러싸고 여러 인물들이 벌이는 치밀한 두뇌게임이 이 영화의 묘미다. 최근작인 드라마 '식객'까지 연달아 히트작을 내놓은 그는 "이번 영화가 병살타라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며 "결과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소신껏 최선을 다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간 멋진 홈런도 한 방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 그가 품고 있는 소신이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 대한 그의 자신감은 무척 굳건했다. 스토리 전개가 빨라 지루한 부분이 없어 리듬감이 좋다는 것, 복원의 마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 자신감의 근거다. "미술품 복원에 대해 공부도 두달간 했고 과천미술관에 가서 여러가지를 배우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마술이에요. 심지어 조선 후기 민화를 직접 찢어보기도 했는데 다시 복원했을 때 찢어졌던 부분을 못 찾겠던데요."
◆ '김래원 스캔들'의 진실은?
'인사동 스캔들'이 크게 성공한다면 아마도 김래원이 거창한 액땜을 두 번씩이나 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어머니 집이 도둑을 맞은 것과 동료배우 최송현과의 스캔들이 그것이다. 두 배우가 잠깐이나마 '식객'에 함께 출연했고 같은 소속사인 데다 '인사동 스캔들'에 함께 출연했기 때문에 열애설은 순식간에 떠들썩하게 부풀려졌다. 같은 가톨릭 신자라서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성당에 간 것이 화근이 됐다.
"첨엔 쉽게 생각했어요. '영화 홍보 잘 되겠다' 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회사에는 안 좋은 의미로 돌아올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최송현에게는 지금이 배우로서 시작하는 단계에서 중요한 시기인데 사실이 아닌 게 부각되면 안 좋을 수밖에 없죠. 그런 것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선 사무실 식구들끼리 성당에도 가고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게 좋았는데 이젠 그 모임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돼버려서 안타까워요."
최송현이 김래원이 세운 블레스엔터테인먼트에 영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사업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사업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래원은 "저는 종교적인 것을 포함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위하고 도와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한 것일 뿐 돈에 큰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경영이나 영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느린 목소리 속에 단호함을 드러냈다.
◆ 진지한 스물여덟의 '애늙은이' 청년
군 입대도 이전 소속사에 있을 때 본의 아니게 지연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본인의 뜻대로 일정을 정할 수 있는 만큼 올해는 꼭 갈 생각이다. 허리 디스크가 심해 오래 앉아 있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재검을 받으라는 의사의 권유에도 원래 판정대로 입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부 보도에서는 8월에 입대할 예정이라고 전하기도 했지만 그는 "아직 영장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2년간의 군생활 동안 틈나는 대로 연기와 관련한 공부를 해서 배우로서 더 갖추고 채우고 싶다"며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부족한 게 뭔지 채워갔으면 좋겠다"고 차분하게 덧붙였다.
김래원은 20대 후반의 나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진중하고 신중했다. 느릿느릿한 말투는 고향 강원도가 아닌 충청도를 연상시켰고 낮은 목소리는 속세를 초월한 성직자 같았다. 바람둥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여배우들도 같이 있으면 말이 없고 재미가 없어서 부담스러워 할 것 같다"며 진솔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재미없을 정도로 진지하고 조용해서 '애늙은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거친 연예계에서 김래원을 강한 배우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바로 그러한 진중함일 것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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