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호, 황우석, 해외자원개발.'
최근 몇년간 코스닥시장을 좌지우지하던 테마들입니다. LG가(家) 구본호씨는 손대는 종목마다 몇배씩 급등, 한때 코스닥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습니다. 2007년말 송년회 자리에서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내년 최고 대박종목은 구본호가 살 주식"이라고 말할 정도로 구씨의 위력은 막강했습니다.
황우석 박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인물이지요. 그로 인해 2004년부터 바이오테마가 시작됐습니다. 2000년 이후 4년여를 아래로만 향하던 코스닥지수를 끌어올린 1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2004년과 2005년 세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의 표지를 잇달아 장식한 그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세계적 이슈였습니다. 그 연구논문들이 사기로 밝혀진 이후에도 그의 이름이 언급되기만 하면 바이오 테마주들이 급등했습니다.
해외자원개발 테마는 2006년 하반기 헬리아텍(현 )과 함께 코스닥에 등장, 화려한 불꽃을 태웠습니다. 한때 200여개 코스닥상장사가 사업목적에 해외자원개발을 삽입할 정도였습니다. 실제 해외로 진출한 기업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파푸아뉴기니에서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비에트연방 출신의 중앙아시아 제국, 몽골, 남미, 아프리카까지 세계가 좁은 듯 보일 정도였습니다.
장황하게 흘러간 테마를 언급한 것은 지난달 말 퇴출이 확정된 13개 기업 대부분이 이들 테마에 합류했던 종목이란 것입니다. 마침 2일 해외자원개발 열풍을 일으켰던 지이엔에프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이 됐군요.
, 포넷, 코스모스피엘씨(옛 페트로홀딩스) 이노블루(옛 엠피오) 케이디세코(옛 신명B&F) 에프아이투어 등 퇴출예정 기업 절반 가까이가 해외자원개발에 나섰거나 사업목적에 자원개발업을 추가한 전력이 있습니다.
는 유명인 테마로 관심을 받은 종목입니다. 이 종목은 효성그룹 오너 3세인 조현준 부사장이 지난 2006년 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때마침 불기 시작한 구본호 열풍과 함께 급등한 바 있습니다. 이후 가수 박진영의 JYP엔터와 인수합병(M&A)설로 투자자들을 유혹했습니다.
(옛 유한NHS)는 그야말로 테마의 종합판입니다. 블랙미디어 시절인 2007년 8월 구본호에게 경영권을 매각하려던 계획이 실패한 이후 차병원 계열의 차바이오텍과 제휴를 통한 줄기세포 사업 진출을 노렸습니다. 이마저 결렬된 후에는 황우석 박사 관련 회사에 투자해 황우석 테마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H!바이오와 함께 황박사 테마에 뒤늦게 합류했던 뉴켐진스템셀(옛 온누리에어)도 올해 처음 도입된 상장실질심사를 통해 지난달 퇴출이 결정됐습니다.
잘 나갈때 테마주들의 움직임은 매혹적입니다. 헬리아텍처럼 불과 6개월만에 10배가 뛰기도 하지요. 한달도 안돼 몇배씩 폭등하는 테마도 부지기수입니다. 투자자들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테마주에 몰리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단순히 기대감만으로 오른 주가 거품은 꺼지게 마련입니다. 헬리아텍은 2007년 1월 시가총액이 6000억원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120억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마저 퇴출이 확정된다면 허공으로 사라질 판입니다. 헬리아텍이 그동안 유상증자까지 한 것을 감안한다면 투자자들의 피해규모는 더 클 것입니다.
테마주의 달콤한 유혹뒤엔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는 것을 과거 화려했던 테마주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2009년 봄입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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