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제너럴모터스(GM)의 릭 왜고너 최고경영자(CEO)를 물러나게 하고, 자동차 업계에 대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금융업계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모습이어서 이중잣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 제조업과 금융업, 이중잣대 논란
이같은 논란은 지난해 10월 금융업계에 대한 70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 지원은 일사분란하게 진행됐지만 12월 자동차 업계에 대한 200억달러가 안되는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경우 진통을 겪은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와 함께 보험사인 AIG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4차례에 걸쳐 1800억달러가 넘는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사실상 국유화 수순을 밟기도 했다. 이에 반해 GM과 크라이슬러의 경우 엄청난 논란끝에 GM이 134억달러, 크라이슬러가 40억달러 등 합계 174억달러만 손에 넣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금융업과 제조업 간의 이중잣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자동차업체들에게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금융업체들에게 무리하지 않고 있다는 측면이 제기되고 있다.
왜고너의 사퇴결정은 일면 놀라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이후부터 이어져온 GM의 판매부진과 비용증가 등 일년의 경영실패를 고려할 때 이는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금융CEO,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유
30일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GM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비전과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왜 금융업체들에게는 그같이 강도높은 요구를 하지 않을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케니스 루이스 CEO의 경우도 메릴린치를 인수하면서 거의 떠맡다시피하면서도 자산실사는 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는 보통이라면 충분히 물러나야 할만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또 씨티그룹 비크람 팬디트 CEO의 경우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경영 위기를 불러왔다. 이 때문에 전임자인 찰스 프린스 CEO가 물러나긴 했지만 팬디트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과연 오바마 행정부가 루이스나 판디트에게 사퇴하라는 압력을 가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금융 CEO들은 위기를 정부와 함께 돌파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정부로서도 당분간 효용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은 이중잣대는 앞으로도 비판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리서치 업체 퓨전IQ 배리 리톨츠 대표는 "은행은 위험에 빠뜨려도 경영자는 살아남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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