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정주부 김모씨는 가까운 이웃 박모(여)씨가 김씨 명의로 사업자등록만 한후 곧바로 폐업하겠다는 제의에 50만원을 받고 박씨에게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줬다. 하지만 박씨는 김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후 사업을 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았으며, 김씨는 이후 2년여동안 명의를 빌려준 것을 잊고 살았다. 박씨가 신고·납부하지 않은 세금은 무려 4000만원에 달했다. 결국 김씨는 세금 체납자로 몰려 예금 1200만원을 찾아 대신 세금을 냈으며, 소유주택은 압류당할 수 밖에 없었다. 금융기관 등에 체납 사실이 통보돼 신용카드 사용마저 정지됐다.
#2. 한모씨는 생활정보지에 실린 구직광고를 보고 유흥주점에 취직했다. 이 회사 사장인 최모씨가 취업에 필요하다며 "주민등록증, 인감증명서, 신분증 등을 달라"고 하자 무심코 이를 제출했다. 최씨는 이 서류를 이용해 한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은행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카드 가맹을 해 6개월간 유흥주점 사업을 했다. 최씨가 이 기간동안 내지 않은 세금은 모두 2500만원. 이 체납세금은 한씨의 몫이었다. 최씨는 행방불명 상태가 됐다. 한씨는 예금을 압류당하고 신용카드가 정지된 것은 물론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변제 독촉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가까운 사이에 조심해야 할 것이 '연대보증'만은 아니다.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사업자등록 명의 대여'. 이런 분야에 상식이나 관심이 없는 사람은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 가까운 이웃이나 친척, 친구의 부탁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업자등록 명의 대여가 자칫 억울한 세금체납자로 만드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주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우선 명의를 빌려간 사람이 세금을 신고하지 않거나 납부하지 않으면 사업자등록상 대표인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세금이 고지된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근로소득이나 다른 소득이 있으면 세금은 합산돼 더욱 불어난다. 실제 소득이 없는데도 소득이 있는 것으로 자료가 발생되기 때문에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늘어날 수 있다.
명의를 빌려간 사람이 세금을 못낼 경우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재산이 압류돼 공매될 수도 있다.
명의를 빌려간 사람이 재산이 있더라도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소유재산이 압류된다는 점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억울한 상황만 토로하며 계속 세금을 내지 않으면 압류한 재산을 공매처분해 밀린 세금을 충당하게 된다.
체납사실이 금융기관 등에 통보돼 은행 대출금의 변제요구 및 신용카드 사용이 정지되는 등 금융거래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이밖에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렇다면, 실질사업자가 밝혀지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국세청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한다.
오히려 명의를 빌려간 사람과 함께 조세범처벌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명의대여 사실이 국세청 전산망에 기록·관리돼 본인이 실제 사업을 하려고 할 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다른 사람에게 사업자 명의를 빌려줘 사업이 개시된 이후에는 명의자 본인이 실제 사업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며 "사업자등록 명의를 절대 빌려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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