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부터 은행 등의 영업시간이 종전보다 30분 앞당겨지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은행측은 과도한 시간외 수당 등의 경비절감과 은행원들의 초과근무를 줄여 근무 환경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정작 은행원들은 오히려 출근시간만 앞당겨 질 뿐이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문을 닫기로 했다. 은행권 노사는 지난해 12월 임금단체협약에서 영업시간을 30분 당기기로 합의했고 지난 3일 중앙노사위원회를 열어 시행 시기를 확정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은행 영업시간 조정에 맞춰 마감시간을 30분 앞당기는 방안을 확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은행과 영업시간이 다를 경우 계좌이체와 입출금 등에서 고객 불편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역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 영업시간의 조정은 퇴근시간외 초과근무를 막아보자는 취지가 크다"며 "이를 통해 그동안 눈치보기식 출퇴근 문화가 개선되고 직원들의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근무환경 등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그동안 '사실상 근무 강제'로 인해 뚜렷한 사유가 없는데도 시간외 근무를 하는 지점들도 있었다"며 "영업시간 조정과 시간외 근무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은행차원에서는 관리비나 경비 등이 대폭 절감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작 은행직원 등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은행들의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4시까지로 단축된다 하더라도 오히려 출근시간만 앞당겨 질 뿐 초과근무나 업무부담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A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평균적으로 8시에 출근해서 늦을 경우 10시에 퇴근하는데 영업시간이 9시로 앞당겨지면 출근시간만 오히려 빨라지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B은행의 한 직원도 "우리에게는 시간외 수당을 얼마나 받는 게 중요하지 않다"며 "업무처리 마감시간을 오후 7시30분으로 정하고 이후에는 업무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정도나 지켜지는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한 고객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6·여)는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저녁 늦게 문을 닫는 입장에서는 9시부터 은행업무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오후 영업시간이 짧아지면 마감 직전에 고객들이 몰리는 등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자동화기기 이용 시 수수료 혜택이나 은행방문이 꼭 필요한 고객을 위한 탄력적인 시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남일보 배동민 기자 gugg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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