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의 AIG 살리기, '밑빠진 독 물붓기' 될까

미국 정부의 AIG 살리기가 자칫 잘못하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전망이다. AIG의 수익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데 반해 부실자산 상각과 자금 조달 비용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4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 발표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는 2일(현지시간) AIG는 지난해 4분기 무려 617억달러(약 97조1775억원)의 막대한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발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전년 동기에는 52억9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었다. 이날 AIG의 지난해 4분기 순손실 조정치는 주당 14.17달러 순손실을 기록,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주당 0.37달러 순손실을 크게 벗어났다. AIG는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발표 때도 245억달러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 정부로부터 총 1500억달러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 300억달러 긴급투입도 미봉책 그칠듯 미국 정부는 이날 AIG의 실적발표에 앞서 300억달러 규모 구제금융 지원 계획을 최종 확정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현재 AIG에 가입해 있는 보험 고객의 수가 미국에서만 3000만명을 넘고 있어 파산할 경우 큰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우선주를 추가 매입하는 방법으로 AIG에 추가 구제금융 지원을 하게 되며, AIG의 재무구조 건전화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과연 어느 정도를 투입해야 AIG의 부실을 잠재울 수 있냐 하는 점이다. 만약 300억달러를 추가 투입한 뒤에도 AIG가 회생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존홉킨스대학 커레이 경영대학원의 필립 판 교수는 "미국 정부는 수렁으로 빠져들어 가는 AIG를 건져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는 전세계 금융시장 시스템을 보호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비용은 급증, 수익은 제자리..회복 가능성 불투명 AIG의 회생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만약 AIG가 보유한 자산의 장부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채무불이행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IG는 이로 인해 추가담보 제공을 요구받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AIG는 재무상태를 건전화 하기 위해 주요 사업부문이던 생명보험부문인 알리코와 국제 보험사업부문인 AIA 부문을 미국 정부의 감독하의 특수목적 관리하에 넘기기로 했다. 이와 함께 AIG는 우선주에 대해 주당 10%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AIG가 매년 부담해야 할 배당금의 절대규모도 만만치않을 전망이다. 또 글로벌 신용평가 업체인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경우 AIG는 70억달러의 추가 자금조달 비용을 계상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비용은 산더미같이 늘어나고 있지만 추가적인 수익성은 개선될 여지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회복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익명의 AIG 관계자는 "이미 AIG는 누적된 경영 및 자금난으로 인해 신규고객을 창출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직원들도 속속 경쟁사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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