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美증시 3자리수 급반등..우리는?

다우 246p 올라 7350 복귀..원ㆍ달러 환율이 '최대변수'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은 이럴 때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간밤에 "엄청난 추가 손실이 실현되지 않는 한 은행 국유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자 안도감을 느낀 뉴욕증시와 상품시장이 동반 랠리를 펼쳤다.

*자료:NH투자증권

25일 새벽 거래를 마친 뉴욕 주요 지수는 3자리수 급반등세를 보였다. 전날 1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데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데다 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상당한 안도감을 제공했다. 은행 국유화 조치시 주주 가치가 소멸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감을 덜면서 씨티그룹과 BOA는 각각 21.5%와 21%씩 솟구쳤고, S&P 금융주 지수는 11.4%나 급등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36.16포인트(3.32%)가 오른 7350.94를, S&P500지수는 29.81포인트(4.01%) 상승한 773.14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는 54.11포인트(3.90%)를 더한 1441.83으로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이날 반등으로 엿새 연속 하락 행진을 일단락했다. 상품시장에서도 금을 비롯한 귀금속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들이 일제히 반등, 오랜만에 다같이 웃는 하루를 보냈다.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도 하루만에 반등해 전날보다 3.42포인트(1.72%) 오른 203.30을 기록했다. 추가 상승 마저 기대되는 시점이다. 이날 우리 증시가 뉴욕발 호재를 온전히 반영할 수 있을 지 여부는 이날 원ㆍ달러 환율 추이에 달렸다. 98년 환란 이후 최고치로 전날 급등한 환율은 오늘 다시 전고점을 치고 조정받을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 부담이다. 또한 뉴욕증시의 이날 깜짝 반등이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버냉키의 입에 의해 올랐다는 점에서 추세적 반전이라기보다는 기술적 반등 성격이 짙다는 점 역시 우리 시장이 이날 뉴욕 반등을 그저 환영할 수만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엔화대비 강세 마감했다. 증시가 급등한데다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불거진 때문이다. 현지시각 오후 3시38분 현재 달러ㆍ엔 환율은 96.867엔으로 전일대비 2.2596엔(2.3884%) 상승했다. 달러ㆍ엔이 96엔선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는 지난주 일본 국내총생산(GDP) 발표와 나카가와 쇼이치 재무상의 갑작스런 사임과 맞물리면서 줄곧 약세를 나타내는 모습이다. 반면 달러는 유로에 대해서는 약세를 나타냈다. 뉴욕 증시가 급등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다소 퇴색된 데 따른 것이다. 유로ㆍ달러 환율은 1.2842달러로 1.49센트(1.1726%) 올랐다.

*자료:로이터

로이터에 따르면 NDF에서의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 외환시장 종가(1516.30원)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미 증시 상승에 따른 글로벌 안전자산선호 현상 완화로 볼 때, 이날 환율의 추가 하락 압력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악재 역시 즐비하다. 당장 글로벌 경제침체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저치로 추락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미국 컨퍼런스보드는 24일(현지시간)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월 수정치인 37.4에서 12.4포인트 추가하락한 25를 기록해 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의 전문가 조사치인 35보다도 10포인트나 하회한 것. 컨퍼런스보드의 기대지수도 42.5에서 27.5로 급락했으며 현행지수는 29.7에서 21.2로 떨어졌다. 기업들의 잇따른 감원으로 소비자들이 신뢰를 갖기가 힘든 상황임을 표현하는 것이다.

*2월24일 미유럽주요증시현황(자료:대신증권)

유럽증시가 끝나지 않는 경기침체 우려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음도 근심이다. 영국 FTSE 지수는 0.89% 하락한 3816.44, 프랑스 CAC 40 지수는 0.73% 떨어진 2708.05, 독일 DAX 지수도 1.03% 하락해 3895.75를 기록했다. 독일의 2월 기업신뢰지수는 18년래 최저치로 둔화됐고 프랑스의 소비자신뢰지수도 악화됐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전체 가계가 진 빚이 688조원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 역시 고민이다. 가구당 빚은 4127만8690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 잔액은 5년3개월 연속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침체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음은 우리 기업의 실적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ㆍ선물시장에서 전방위 매도공세를 펼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매추이 역시 심상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최근 외국인의 선물매도는 마치 2008년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강력하다. 선물매도에 이은 외국인의 현물 매도 가능성까지 염두해야 할 상황이다. 외국인은 2008년 6월9일부터 7월23일까지 무려 33영업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펼친 바 있다.
이경탑 기자 hangang@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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