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산증인' 박철곤 사무차장 떠나.. 경제통 관가 전방위 포진
"위로 올라 갈수록 눈앞이 캄캄합니다. 승진하는 것도 좋지만 경제 관료들이 윗 자리를 다 차지하다보니 우리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기만 하는 거지요. 이래서야 내부 사기가 오를리가 있겠습니까"
총리실에서만 십수년째 밥을 먹은 한 관료의 넋두리다. 이들의 고민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총리실 특성상 변변한 산하단체 하나 없다보니 밀려나고 나면 갈곳이 없어진다.
특히 최근 물러난 박철곤 사무차장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다가오고 있다. 박 사무차장은 총무처 사무관 출신으로 차관자리까지 오른 그야말로 '총리실의 산증인'.
그런 그가 국무총리실장(장관) 자리를 노리고 공을 들였지만 외부출신인 기획재정부 출신 권태신 국무차장 벽을 넘지 못하고 야인으로 돌아가던 것.
뿐만 아니다. 그가 비운 방은 역시 기획재정부 출신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이 새 주인으로 자리했다.
국정운영실장 자리는 육동한 재정부 국장이 내정된 상태로 인사날짜만 기다리고 있고 내부 인사인 신정수 정책분석 평가실장도 김호원 지식경제부 무역위 상임위원이 기용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경제 관료가 총리실 장.차관부터 1급 자리까지 싹쓸이 하고 있는 셈. 재정부 독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인사 교류 차원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곧 재정부 국ㆍ과장급 인력이 추가로 배치되는 것.
지난 13일 총리실에서 발표한 인사교류 확대 대상직위에 따르면 국장급 2개 직위 가운데 1개 직위(재정산업정책관)가 재정부 인사가 채워진다.
과장급(15개 직위) 가운데서도 3개 직위(정책관리과장ㆍ경제규제심사2과장ㆍ조세심판원 조사관)는 재정부 출신이 자리를 메울 수 있도록 해뒀다.
이쯤되니 총리실이 경제부처 식민지(?)라는 웃지 못하 얘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비단 총리실 뿐 아니다. 복지부에서 경제관료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노형욱 정책기획관이 재정부에서 최근 자리를 옮겼고 기획예산처 출신 류호영 국장은 지금 교육 파견중이다. 게다가 최근까지 사회복지정책 실장을 맡던 예산처 출신 진영곤 실장은 또다시 여성부 차관으로 승진됐다.
이신재 생명과학단지조상단장도 역시나 경제관료 출신.
경제 관료의 엄청난 식욕은 중앙 부처가 아닌 감사원까지 이른다. 예산통으로 알려진 기획재정부 배국환 차관이 감사위원으로 영입된 것.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관료들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앙부처의 전체적인 밸런스도 중요하다.지나친 요직 독점으로 인해서 견제 기능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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