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녹색성장을 통해 내수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 성장동력 마련의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지난달 6일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50조원 규모의 '녹색뉴딜사업' 중 SOC투자가 32조원을 웃돌고 있다. 또 기존 정책에 '녹색'이라는 명칭만 다시 붙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말만 녹색이지 전국을 토목 공사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면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을 위한 신재생 관련 R&D예산은 2012년까지 3조~4조원가량이 전부다.
정부의 예산만으로 턱없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줘야 할 기업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4단쳬와 12개 업종 단체는 지난 4일 녹색성장기본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담은 산업계 공동건의문을 녹색성장위원회에 전달했다.
산업계는 "정부의 녹색성장기본법이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사전협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녹색산업의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극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일부 조항들은 폐지 또는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도의 경우 온실가스 의무감축국 중에서도 EU회원국과 노르웨이에서만 시행하고 있으며, 아직 감축 의무 대상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를 도입해 의무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총량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포스트 제조업 시대를 내세워 나라별, 산업별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을 규제할 경우 우리나라로서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일본처럼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시급해 보인다. EU가 총량규제를 강력 주장할 수 있는 것도 제조업 기지를 아시아 등으로 이미 옮겨놨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인 우리나로서는 포스트 교토협상시 총량규제를 적용받을 경우 큰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수십년간의 R&D투자로 녹색기술 효율은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에 대해 정부 핵심 관계자도 녹색성장위원회의 규제일변도의 전략이 다소 수정돼야 한다며 업계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EU 등의 주장대로 이끌려 가기보다 우리나라에게 보다 유리한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전문가는 "최악의 고용대란, 내수 침체 등으로 정부의 어려운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포장만 녹색으로 내놓는 정책 추진은 결국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신재생, 저탄소 녹색성장, 기후변화 대응 분야는 꾸준하고 계획적인 R&D 투자와 함께 정부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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