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위기설'로 공포에 떠는 일본열도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경제위기로 얼어붙은 일본 열도가 '2월위기설'로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원자재 가격은 기업들이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할 새도 없이 가파르게 하락, 기업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경기가 한층 악화하면서 매출까지 뚝 떨어지자 기업들은 재고처분을 위해 감산에 나섰고 이는 감원·감봉으로 이어져 고용불안을 야기,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이 같은 악순환으로 시장에서는 오는 3월31일 2008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기업들에 '3월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관측했었다. 하지만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최근호(1월26일자)에서 일본의 경제가 예상보다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어 3월이 아닌 '2월위기'가 이미 일본 열도를 뒤덮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보제공업체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한 상장기업 수는 34개, 여기에 비상장사까지 더하면 1만2681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파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신용평가사 리스크몬스터가 12개월 후 파산 가능성이 있는 기업 수를 조사한 결과, 2008년말 현재 3만6141개사로 2년전에 비해 무려 64.8%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몬스터의 미키 마사시(三木眞志) 대리는 "연말결산을 맞은 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기피하고 있어 2월 이후부터 파산기업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금융기관들은 재무안전을 위해 대출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은행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급증했지만 대부분의 자금은 재무제표가 탄탄한 대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의 돈가뭄은 여전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 동안 10년래 최고치를 유지해온 소비자물가는 작년 9월부터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서 12월에는 0.2% 오르는데 그쳤다. 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여전히 부진해 기업들이 재고조정에 나서면서 12월 산업생산은 전월에 비해 무려 9.6% 급감, 사상 최대폭으로 줄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이처럼 생산·소비·고용 등 전방위적 한계에 달한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과 과감한 정부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 정부 내에서는 정부 주도 하에 ▲일반예산과는 별도의 '경제위기대응 특별예산' 편성 ▲신속한 기업파산 절차를 위한 '헤세부흥은행' 설립 ▲정부의 주식·토지매입으로 자산가치 하락 방지 ▲'정부지폐' 발행을 통한 획기적인 유동성 공급 등의 안이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2월위기설'을 잠재우는데 이들 안이 실제 효과를 발휘할지 좀더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지적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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