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을 넘어섰으니 5만원까지 가는 것은 별 문제 없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는데...."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두 사람의 입가에는 연신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모니터를 확인한 뒤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KT 사옥의 엘리베이터는 층간을 이동하는 교통수단이자 그날의 주식시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이기도 하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사람들은 으레 내부 입구에 달린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주식시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지난 해 12월4일 3만1000원까지 떨어졌던 KT 주식은 올해 들어 이석채 사장 취임과 KT-KTF 합병이라는 호재를 만나 연일 상종가를 달리더니 마침내 4만원선을 돌파했다. 특히, KT가 방통위에 합병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21일에는 4만2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KT-KTF 합병 호재는 KT 사옥의 엘리베이터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자사주를 보유한 KT 직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으레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누가 얼마 팔아서 뭘 샀느니" 등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주고받는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KT 직원들은 "오늘은 얼마나 오를까?" "저렇게 오르다 혹시 거래정지되는 거 아니야" 등의 농담까지 나눌 정도로 한껏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KT 직원 모두가 KT-KTF 합병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있는 것은 아니다. 합병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30~40대 나이에 '명퇴'를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는 엘리베이터의 주식 전광판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지난 1990년대 중반 공기업 시절 6만3000명에 달했던 KT는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7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2만7000여명을 감원해 현재 직원은 3만5700명 수준이다. KT가 KTF와 합병할 경우, 전체 직원 수가 3만8000여명으로 늘어 2003년 시절과 비슷해진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이유다.
이석채 사장은 취임식에서 "당분간 인력 감원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을 박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 KT의 한 직원은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어도 누구는 주식 때문에 웃고, 누구는 구조조정 때문에 불안에 떠는 아이러니가 공존한다"며 이를 'KT의 현 자화상'이라고 했다.
직원을 자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명장이라면 구조조정의 진통을 최소화하면서 조직의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이석채 사장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KT-KTF 합병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구조조정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해법찾기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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