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휴대폰 가격 ‘인하 vs 유지’ 갈림길

노키아·소니에릭슨 등은 '인하' vs 삼성·LG 등은 '현상 유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세계 휴대폰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토종과 외산업체간 휴대폰 가격 전략이 엇박자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외산업체들이 앞다퉈 가격을 인하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요지부동 전략을 펴고 있다. 외산폰이 불을 당긴 '가격 인하' 바람이 허리케인이 되어 국내 업계로 번질지 단순히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노키아와 소니에릭슨 등 외산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최근 유럽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면서 10% 이상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이같은 분위기에 맞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유럽 등에서 히트폰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 당장 가격 인하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전략 모델이 잘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가격 인하를 단행할 이유가 없다"며 '가격 현상유지' 방침을 천명했다.   <strong>◆ 휴대폰 가격 인하 불붙나?</strong> 앞서 노키아는 1월 중순 유럽시장에 출시한 '6310 엑스프레스뮤직'의 가격을 10% 할인했다. 소니에릭슨도 비슷한 시기에 워크맨(W890i와 W902) 등 일부 중고가 제품 가격을 10% 정도 인하했다. 모토로라도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Q뱅크의 자리 홍코 애널리스트는 "크리스마스 시즌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재고분이 많은 상태"라며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가격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가격 인하가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올해 글로벌 휴대폰 시장은 지난 해 11억7800만대를 정점으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한 10억60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외산폰 업체들의 릴레이 가격 인하가 휴대폰시장 축소에 따른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견해도 제기하고 있다. 영업 이익을 포기하고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린다는 얘기다.   <strong>◆ 가격 인하는 일시적 현상?</strong> 하지만 이번 가격 인하 바람이 일시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의 가격 인하가 유럽 시장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글로벌 휴대폰 시장은 아시아 38%, 유럽 22%, 북미 15% 순으로,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이렇다할 가격 인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이번 가격 인하가 유럽에만 한정된 특수현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유로화 강세에 따라 노키아와 소니에릭슨 등 유럽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유로화 강세를 가격 인하 배경으로 설명했다. 소니에릭슨의 안더스 루네바드 영업이사가 "최근의 가격 인하는 일반적인 상황이며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점차 중급형 모델의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고가와 저가 시장으로 양극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산폰들이 중고가 중심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영업이익의 감소를 최소화하면서 재고 부담을 털어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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