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구글폰, 삼성 옴니아 등의 연이은 출시로 '손안의 PC' 스마트폰 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그 뛰어난 기능이 오히려 사용자들을 '좌절'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능만을 강조하다보니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제기인 셈이다. 휴대폰 제조사들의 개발 철학이 '기능' 중심에서 '편의성'으로 변화할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휴대폰 기능이 크게 강화되면서 사용자들의 편의성이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최근 엠포메이션(Mformation)이 영국과 미국의 휴대폰 사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1%는 휴대폰 기능을 설정하는 것이 은행 계좌를 바꾸는 것만큼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응답자의 85%는 새로운 휴대폰을 사용하는데 어려움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95%는 휴대폰 사용법이 좀더 쉽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능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최근의 휴대폰은 컴퓨터만큼이나 다재다능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나 그 복잡성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인터넷, 이메일 등 일부 기능 외에는 접근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엠포메이션의 매튜 뱅크로프트 대변인도 "최신 휴대폰은 다양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한두번 시도해서 실패하면 다시는 그 기능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근 출시되는 휴대폰은 3G(세대) 기반의 통신 환경과 와이파이, 카메라, 터치스크린, GPS 등의 최첨단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있다. 운영체제도 노키아 OS, 림(RIM) 블랙베리, MS 윈도 모바일, 애플 맥 OS X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이런 다양성은 '표준'과 상충한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CCS인사이트의 조프 블레이버는 "휴대폰의 기능을 단순화하는 산업 전반의 표준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별히 애플 아이폰을 언급했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모든 기능을 아이콘으로 형상화해 '터치'만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산 것이다.
북미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림 블랙베리도 '단순함'을 무기로 이메일 송·수신 기능에 집중함으로써 '기능'보다는 '편의성'이 경쟁력임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시각 장애인이자 세계적인 뮤지션인 스티비 원더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09'에 참석, "제조사들이 시각 장애인을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놨다.
미국 시각 장애인 단체인 전국맹인연합(NFB)의 크리스 다니엘슨 대변인도 "우리는 기술의 진화를 가로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인터페이스가 간단한 제품은 시각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게도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기업 시장에서 일반 사용자 중심으로 기반이 넓어지면서 올해 2억1000만대에서 2012년 4억6000만대로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업체들이 편의성을 도외시한채 기능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UI(유저인터페이스)의 단순함이 스마트폰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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