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추태후' 경종역 최철호, '20년 연기내공'은 이런 것(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배우 최철호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KBS 사극 '천추태후'에서 보여준 신들린 연기 때문이다. '천추태후' 첫 방송부터 놀라운 연기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최철호는 24일 7부 방송까지 거의 주인공과 다름 없는 연기력과 분량을 과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미치광이 폭군에서 상처를 안고 있는 남자, 외로운 왕, 사랑에 빠진 귀여운 청년, 부성애 넘치는 아버지까지 팔색조 같은 연기를 보여준 그를 보며 시청자들은 웃고 울었다. 20년차 배우의 내공이 무엇인지 그는 경종이라는 인물로 짧고 굵게 보여주었다. ◆ "냉정하시던 어머니도 칭찬했죠" '천추태후' 초반 시청률의 일등공신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최철호를 아시아경제신문이 만났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알고 있는지 먼저 물었다. 그는 "KBS '불멸의 이순신'에서 선조 역으로 출연할 때 욕을 많이 먹어서 게시판을 잘 안 본다"고 말했다. "실망하는 것도 싫고 들뜨는 것도 싫다"는 것이 이유다. 이번엔 조금 달랐다. '천추태후' 시청자 게시판이 온통 경종 혹은 최철호에 관한 칭찬으로 도배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위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 들어가봤다"며 "정말 감사하게도 제 연기를 좋게 보신 분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족부터 체감하는 게 달랐다. 그는 "집사람이 매일 시청자 게시판에 들어가는 재미로 산다고 말한다"며 "제 연기를 보고 늘 못마땅해 하시며 한 번도 칭찬하시지 않던 어머니까지 6부 방송을 보시며 당신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늘 다니던 피트니스센터에선 평소 자신을 전혀 못 알아보던 중고생들까지 사인해달라고 하더란다.
◆ "경종 役 공짜라도 출연했을 것" 최철호가 주목받은 건 '천추태후'가 처음이 아니다. 2002년 방송된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는 '신마적' 역으로 대단한 인기를 끈 바 있고, 결사비우 역으로 출연했던 2006년 사극 '대조영'은 일본에서 인기를 끌어 현지 팬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야인시대'로 시작될 뻔한 최철호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기회를 잡고 민첩하게 움직였어야 했을 때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야인시대'에서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을 거쳐 '천추태후'로 최철호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철호는 '천추태후'의 경종 역을 제안받았을 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매니저는 일단 대본이라도 읽어보고 결정하라고 권유했다. 그 결과는 "공짜라도 했을 것"이라는 말 한마디로 압축된다. 경종이라는 역에 대해 그는 "제가 앞으로 평생 연기하는 데 있어서 올까 말까 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렇게 짧은데도 많은 걸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종은 처음 등장할 때 시청자들은 그저 평범한 폭군으로 바라봤다. 경종의 매력은 바로 거기서 출발한다. 그는 "단순한 폭군이 아니라 연민을 느끼게 한다는 것과 황보수(천추태후)를 만나 태자를 낳으면서 변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출연 분량이 짧기 때문에 "더 드라마틱하게 극대화시켜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는 그의 생각이 적중했던 것이다. ◆ "결혼하고 철들었어요" 최철호의 연기 내공은 오랜 무명세월을 통해 숙성된 것이다. 그는 "'야인시대' 전엔 생활비가 없어서 카드 돌려막기도 해봤다"며 "한때는 '내가 왜 배우를 했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야인시대' 이후로는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긴 했지만 배우로서 갈증이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최철호가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건 결혼이었다. 그는 "한때는 술도 많이 마시고 방탕한 생활도 했지만 결혼하면서 철이 들었다"며 "결혼 3년차인데 아이를 갖게 되면서 술도 끊고 운동도 하면서 자기관리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전에는 잘 되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지만 지금은 끊임 없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응하고 수긍하며 감사함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경종 역의 연기가 노력한 만큼 나와서 다행"이라지만 최철호는 연기라는 일이 "아직도 두렵다"고 고백했다. 최철호는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배우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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