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뜻하는 'MB노믹스'의 핵심 아이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러났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야인으로 떠돌다가 이명박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부활한 그는 이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통한다.
특히 소망교회 시절은 물론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이 대통령의 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했다. 본격 대선전이 시작됐을 때는 핵심 경제공약인 747정책(7% 경제성장,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의 장밋빛 청사진도 설계했다.
강 장관의 퇴진은 쇠고기파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6~7월 환율상승과 유가폭등 탓에 처음으로 경질요구가 터져나온 이후 무려 7개월만이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은 물론 언론, 학계, 시민사회 등에서 강 장관의 경질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지만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은 든든한 방어막이 됐다.
정부 출범 초 고환율정책 기조를 유지, 유가급등에 따른 급격한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지난 7월 개각 대상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최중경 차관을 대리경질하면서 강 장관에 대한 돈독한 신뢰를 확인했다.
이후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강 장관은 끊임없는 경질설에 시달렸다.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강만수 카드로는 위기돌파가 어렵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쏟아냈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 잦은 말바꾸기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대통령이 '전쟁 중 장수를 바꿀 수 없다'며 교체론을 일축한 것도 이무렵이다.
이어 11월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는 종부세 위헌판결과 관련, '헌재 접촉설' 발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악재가 적지 않았지만 기사회생의 승부수도 있었다. 제2의 외환위기마저 우려되는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주도한 것. 이후 강 장관 교체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대통령마자 강 장관을 공개적으로 칭찬했을 정도다.
하지만 12월 초 개각설, 연말 개각설, 연초 개각설, 설 연휴 이전 개각설 등 수많은 개각 논의에서 교체 대상자로 줄곧 거론됐다. 개각을 하더라도 강 장관이 교체되지 않으면 개각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됐다.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꿋꿋이 버텨왔던 MB정부의 1기 경제사령탑 강 장관은 이제 야인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가 야인으로 지내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전망이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의 퇴진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만간에 권토중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러한 면에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개각 관련 브리핑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이 대변인은 강 장관 교체와 관련, "강만수 장관은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기여한 공을 평가받았다"면서도 "그러나 장관 스스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문책성 경질이라기보다 상황에 밀려 자의반 타의반 떠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이 물러나더라도 당분간 휴지기를 거쳐 화려하게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이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참모라는 점과 대통령 특유의 인사스타일을 감안하면 그의 위상은 여전할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강 장관은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이후 무역협회장이나 사공일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등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야권 일부에서는 포스코 회장설까지 제기했을 정도다.
이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권력사유화 논쟁 끝에 청와대를 떠났던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을 차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발탁했다. 또한 촛불시위에 따른 국정쇄신 차원에서 낙마했던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라는 요직에 등용했다.
'한 번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인사들은 언제든 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강 장관이 언제 어떤 방식을 통해 이 대통령 곁으로 되돌아올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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