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서우는 진정한 의미의 2008년 영화계 최고의 신인 여배우였다. 지난해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던 연기 13년차의 소지섭이나 6년차의 강지환, 한예슬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2007년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과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에 단역으로 출연한 이래 비중 있는 역할은 세 번째 출연작인 영화 '미쓰 홍당무'에서 처음 맡았다. 서우는 말 그대로 '왕초보' 신인배우다.
◆ '미쓰 홍당무'로 연말 영화시상식 신인상 3연패
'미쓰 홍당무'에서 서우는 부모의 이혼을 막기 위해 왕따 러시아어 교사 양미숙(공효진 분)과 짝을 맺어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왕따 중학생 서종희로 출연했다. 공효진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인 서우에게 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 MBC 대한민국영화대상(이하 영화대상), 디렉터스컷 시상식은 연이어 신인여우상을 선물했다.
서우는 "영평상 시상식 때는 '와, 수애 언니 예쁘다. 강지환 오빠, 잘생겼다' 하고 두리번거리다 상을 받았다"며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영화대상에선 눈물을 펑펑 흘렸다. "당연히 못 받을 줄 알았어요. 안 울려고 이를 꽉 깨물고 참았는데 저만 울었더라고요, 촌스럽게.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펑펑 울었어요. 이경미 감독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세 번째 트로피는 미래에 대한 충고였다. "디렉터스컷 시상식은 감독님들 송년회 같은 모임이라서 여러 감독님들로부터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죠. 작품을 보고 직감으로 선택하라는 충고를 해주셨어요."
'미쓰 홍당무'로 영화시상식 신인상을 독차지했지만 서우는 '김치 치즈 스마일' 때만 해도 "발로 연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연기의 ABC도 모르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아들'에 출연하기 전까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친척 중 한 명이 매니지먼트사 관계자와 친해서 우연히 한 장면에 출연하게 된 거죠. 인생에 남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또 우연히 '김치 치즈 스마일'에 출연하고 CF도 찍게 돼서 '미쓰 홍당무까지 오게 됐죠."
서우는 '김치 치즈 스마일'에선 "발연기를 보여드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후 연기연습에 집중한 덕에 "'미쓰 홍당무'를 찍으면서 연기를 좋아하게 됐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고 소녀 배우는 말했다.
"여배우들끼리 찍는 작품인 데다 기대를 받고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부담도 없고 너무 재미있고 편하게 임했다"고 하지만 많지 않은 경험에서 최선의 연기를 뽑아내기 위해 서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새해 목표는 사랑에 빠지는 일이에요"
서우는 여세를 몰아 드라마 '탐나는도다'에 해녀 장버진 역으로 출연 중이다. 목욕도 싫어할 만큼 물을 싫어하지만 시놉시스만 보고 무조건 하겠다고 결정했단다.
"섣부른 판단이었죠. 평생 물을 싫어했으니까요.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거든요. 알았으면 안 했겠죠." 후회가 아니라 푸념이다.
"영화 출연할 때는 부담이 없었는데 드라마는 주연이라 그런지 부담이 커서 힘들었어요. 많이 지칠 땐 도망가고 싶기도 했는데 뉴스 기사에서 저를 기대주라고 말씀해주시는 걸 보고 힘을 얻었어요. '야! 정신 차려. 그때처럼 힘내야지'라고 혼잣말을 했죠. 독하게 연기했던 내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졌어요."
서우는 "모든 댓글을 다 챙겨보고 아이디를 기억할 정도로 소심하다"고 말하지만, 작품 선택은 대담하기 그지없다. '미쓰 홍당무' '탐나는도다'에 이어 선택한 작품은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의 박찬옥 감독이 준비 중인 '파주'다.
여러 편의 시나리오 중 우연히 마지막 장을 읽어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서우는 "최근 1년간 연기하며 많이 울었다"며 "사내처럼 커서 털털하고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무척 감성적이고 예민한가 보다"라며 웃었다.
서우가 세운 올해 목표는 사랑의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이경미 감독님과 효진 언니가 배우는 항상 사랑하고 있어야 한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사랑이란 감정을 알고 있는 게 도움이 될 거라면서요. 사랑할 수 있는 여유도 기회도 시간도 없지만 짝사랑이라도 해보려고 해요."
CF와 '미쓰 홍당무' 때문에 '4차원 소녀'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지만 서우는 3차원에 훨씬 가까운 소녀였다. 만 스물의 풋풋함과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투명함, 대장간에서 막 달궈진 강철처럼 뜨겁고 단단한 열정으로 꽉 찬 2008년 최고의 신인배우가 2009년을 향해 달음질을 막 시작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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