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은행 "황건호 회장이 공정거래 막고있다"
증권 "은행이 과다한 가입비 책정한 것이 오히려 공정거래법 위반"</strong>
금융권간 업종의 경계를 허무는 자통법이 통과됐지만 은행과 증권사간 이견다툼으로 본 취지가 무색해 지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200억원의 지급결제 비용을 놓고 은행과 증권간 힘겨루기가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은행과 증권업계는 힘겨루기를 넘어서 공정거래 위반이라는 법적 공방까지 나서겠다는 기세다.
앞서 증권업, 자산운용업, 선물업, 종금업, 신탁업 등 5개 자본시장 관련 업종의 벽을 허물고 겸영을 허용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공포 절차 등을 거쳐 내달 4일부터 시행되게 된다.
자통법 개정안은 증권업과 자산운용업, 선물업 등 자본시장 관련 업종 간 겸영 허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사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2월4일부터 당장 지급결제를 시작할 수 있는 증권사는 한 군데도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통상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시스템 준비기간까지 감안하면 증권사 고객들이 자유롭게 전 시중은행에서 결제업무를 볼 수 있으려면 빨라봤자 8월을 넘길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의 발단은 증권사가 소액결제 서비스를 하기위해 은행에 지불해야 하는 지급결제 비용. 개별 증권사들이 금융결제원에 내여하는 참가금 규모는 평균 약 200억원 수준. 하지만 은행들은 황건호 증권협회장이 최소 173억~최대 291억원의 비용을 놓고 금액이 턱없이 비싸다며 회원사들의 가입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증권업협회가 금융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해 대형사는 20%, 중ㆍ소형사는 50% 깎는 조정안이 나온 상황. 하지만 은행들은 금융결제원의 산출기준을 무시하고 최대 50%를 깎아달라는 것은, 증권사의 무임승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증권사 지급결제는 자통법 제40조에 명문화돼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실시 사례가 없고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높다는 판단에 변함에 없지만 증권사들이 지급결제를 할 수 있도록 계속 요청을 해서 시스템까지 마련했다고 항변한다.
또 이제와서 비용문제로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가입을 막는 것은 폐착이다. 지금 가입신청을 해도 6개월이 소요되는데, 일방적으로 협회가 회원들이 가입을 못하도록 막는다는 것은 공정거래법에도 위반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미 금융결제원 지급결제와 관련 시스템을 개비하는 데만 400억원 정도를 소모해 피해가 크다는 점도 문제라고 은행측은 설명했다.
은행 수신제도부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증권사가 안 들어오면 좋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은행에 따라 금액에 대한 부분은 조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비용을 낮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증권업협회의 입장은 다르다. 은행에서 가입비 규모를 높게 책정해 실질적인 진입장벽으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병주 증권업협회 상무는 "오히려 은행이 과다한 가입비를 책정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가입금액이 너무 비싼 상황에서 분납이라도 해주면 될텐데,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객편의가 아니라 은행권 쪽의 자기방어 논리로 진행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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