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박소연 기자]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공연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성품 그 자체였다.
플라시도 도밍고는 13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세계 최고 테너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호흡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자연스러운 가창과 악보를 넘기는 손마저 연기로 승화시키는 능청스러움은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오랜 연륜에서 묻어나는 '강약조절'은 그의 가장 큰 매력. 도입부에서는 편안한 분위기로 시작해 점점 역할에 몰두해가며 관객들의 감동을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레 이끌어냈다.
또한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와 뮤지컬 넘버 등이 적절히 배합된 프로그램은 한국 팬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특히 도밍고가 앙코르 공연을 위해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그리운 금강산'을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불렀을 때 관객들은 도밍고의 정성에 열광했다. 관객들의 반응 하나 하나에 일일이 호응하고 공연을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공연은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라코치 행진곡'으로 시작됐다. 이어 검정수트에 노타이, 편안한 차림의 도밍고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도밍고는 1부에서 마스네의 '르 시드' 중 '오 절대자여, 심판관이여, 아버지여'를 시작으로 '아를르의 연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 '발퀴레' 중 '겨울폭풍' 등 3곡을 솔로로 열창했다.
크로스오버 최고의 디바로 사랑받고 있는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는 오페라 '카르멘' 중 '집시의 노래'를 요염한 목소리로, 워싱턴 국립 오페라단에서 활동중인 소프라노 이지영은 '리골레토' 중 '그리운 이름'을 불러 찬사를 받았다.
1부 순서의 절정은 플라시도 도밍고와 캐서린 젠킨스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투나잇'을 노래한 부분이다. 둘은 정상을 향해 치솟기보다는 서로 다정하게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도밍고는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무대 저편에 있는 젠킨스에게 달려가 두 손을 맞잡는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2부는 도밍고와 소프라노 이지영의 듀엣 '프리츠의 사랑' 중 '체리 듀엣'으로 시작됐다. 도밍고는 체리 바구니에서 체리를 꺼내 먹는 연기를 능청스레 소화하며 파트너와의 호흡을 맞춰갔다. 특히 끝맺음 부분에서 둘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어 캐서린 젠킨스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가 공연됐다. 이날 젠킨스는 곡마다 새로운 의상을 선보여 관객들의 기쁨을 배로 충족시켰다. '카르멘'에서는 붉은색 드레스를,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는 노란색 드레스를 선보여 곡과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특히 젠킨스의 매력이 돋보였던 무대는 '유쾌한 미망인' 중 '왈츠 듀엣'을 도밍고와 함께한 무대였다. 젠킨스의 풍부한 메조 소프라노 음색에 적절히 어울리는 곡이었을 뿐 아니라 중간에 도밍고와 왈츠를 추기도 했다.
도밍고의 열창으로 본 공연 마지막 곡인 소로사발의 '항구의 선술집 여주인' 중 '그럴리가 없어요'가 끝나자 관객들은 감동의 물결에 휩싸였다.
끊이지 않는 박수 갈채에 도밍고는 다시 무대에 섰고 '베사메무쵸' '그리운 금강산'을 포함한 6곡의 앙코르 공연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통해 공연에 대한 감동과 고마움을 전달했다.
캐서린 젠킨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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