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패턴이 달라졌다
각종 재료에 따라 부동산시장에 새로운 양극화가 나타나는 등 정초부터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고개를 쳐들고 있는 반면 강북 아파트값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임대아파트가 큰 인기다.
가장 눈에 띠는 대목은 최근 2∼3주새 강남권 집값 회복세가 두드러진 점이다. 강남구와 송파ㆍ강동구 재건축 단지의 오름세로 지난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15주 만에 처음으로 0.06% 올랐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던 밑바닥 급매물은 최근 몇 주새 팔렸거나 호가가 높아진 상태에서 또 다시 급매물층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시의 재건축 용적률 완화 수용,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금리 인하 등이 줄줄이 이어지고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조기 투입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고 애드볼룬을 띄우면서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강남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가 해제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수도권 아파트는 분양시장에서 참패를 당했다. 서울서 공급되는 임대아파트는 예전에 없던 인기를 누렸다.
'경기 불황을 사는' 주택 수요자들의 선택이 철저하게 달라졌다는 증거다. 중산층이 선택하는 시장은 보수적인 시각으로 실리를 택했다.
국지적 집값 상승과 주택 유형별로 나타나는 극명한 변화는 양분화된 시장 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 빠르게 회복되는 강남..재건축 꿈틀 = 송파구 잠실동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아파트 시세 오름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내집마련정보사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며칠 사이 호가가 1억원 가량 올랐을 뿐 아니라 거래도 조금씩 늘고 있다. 10억원 밑으로 떨어졌던 112㎡ 평형 가격도 이에 힘입어 최근 10억원 대를 회복했다. 주공5단지 112㎡는 최근 3주 동안 1억3000만원이 올랐다.
송파 잠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발표가 있기 전부터 급매물이 회수됐다"면서 "여러 호재가 한꺼번에 터져 매물이 자취를 감춘 반면 찾는 손님들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강남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주 사이 강남권 집값 상승으로 꾸준히 좁혀졌던 강남3구와 강북3구의 아파트 가격차가 1년 만에 다시 벌어졌다.
부동산써브가 서울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와 강북3구(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의 3.3㎡당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두 지역간의 격차는 1419만원으로 지난주 대비(1410만원) 9만원이 늘었다. 격차가 벌어진 것은 지난해 1월 16일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이다.
장지 8단지 전경
◇ 아직은 불안..실리 위주 선택 수요 늘어 = 그렇다고 시장에 묻지마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산층 수요자들의 선택에서는 실물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도권에서 새해 처음으로 분양에 나선 경기 광교신도시 '이던하우스' 청약이 평균 경쟁률 0.66대 1로 미달됐다. 경기침체의 여파가 수도권 최고 인기 지역으로 꼽였던 광교신도시의 분양시장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광교에서 3개월 전 울트라참누리 아파트가 3.3㎡당 80만원이나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평균 17.8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결과다.
반면 서울시 SH공사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최고 110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평균 경쟁률도 46대 1로 높았다.
서울숲아이파크, 왕십리주상복합, 월드컵아이파크 등 대부분 입지가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안한 시기에 내집을 마련하기보다는 주변 시세보다 낮은 전세가격으로 안정된 거주가 보장되는 실리를 택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김민진 기자 asiakm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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