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황용희 기자] 2009년 한국영화 '쌍화점'의 질주가 무섭다.
쌍화점은 지난 12월 30일 개봉 이래 이틀간 전국 530여개 스크린에서 45만 8000여명을 동원했다. 개봉 첫 날엔 20만 5000여명을 모았고, 둘째 날엔 25만여명을 동원했다.
'쌍화점'측은 2일께 100만명을 돌파하고, 일요일인 4일까지 1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화관계자들은 이같은 쌍화점의 흥행 이유를 최근 불기시작한 국내영화의 팩션(faction)열풍과 함께 경쟁작인 헐리우드 영화들의 부진을 꼽고 있다.
#
내적요인; '팩션코드'의 선전
'팩션(faction)'이란 역사적인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적절히 버무린 장르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더욱 자유롭다. 탁월한 이야기꾼의 필력이 가미된 팩션은 흥미진진함을 넘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영화든 소설이든 '있는 그대로의 역사'는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한때 인기를 끌던 '퓨전 사극'들도 이제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대체 역사'라고도 불리는 팩션이 트렌드인 것이다.
최근 상영한 팩션영화 '미인도'가 특급 스타들 없이도 25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파란을 일으켰고, 영화 '신기전'도 40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면서 선전했다. 이는 팩션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다.
'미인도'의 경우 김홍도 신윤복 등 당대 최고의 화가들이 사랑을 하고, 질투하고, 또 배신하는 이야기들이 영화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사실 신윤복과 김홍도는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지만, 스승과 제자라는 기록은 없다. 비슷한 시대에 살았을 뿐이다. 화풍도 달랐다. 신윤복이 야한 그림을 그려서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기록만 전해질 뿐이다. 팩션이기에 가능한 영화다.
'신기전'의 경우도 '민족주의적 시각이 지나치다'는 등의 말들이 많았지만 '세종대왕 때 세계 최초로 발명한 다연발 로켓포로 명나라를 물리쳤다'는 '그럴싸한 거짓말'(?)에 관객들도 매료당한 것이다.
'쌍화점' 또한 고려말 공민왕이 꽃미남 호위무사들과의 동성애를 벌였고, 나라의 주권을 위해 원나라와 다퉜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팩션'이 조인성, 주진모의 열연과 송지효의 '노출' 등 갖가지 흥행코드와 맞물리면서 화제를 낳은 것이다.
특히 '충무로의 이야기꾼' 유하의 치밀한 시나리오가 영화팬들의 절대 지지를 끌어내고 있고, 조인성 주진모가 젊은여성팬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면서 연초 영화관은 '쌍화점'의 절대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
외적요인; 기대에 못미치는 할리우드 영화들
또 연말이면 강세를 보이던 할리우드 영화들이 올해는 신통찮은 반응속에 흥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쌍화점'의 선전을 가능케 했다.
국내영화와 헐리우드 영화간의 전쟁은 12월 둘째주 부터 펼쳐졌다. 12월 11일 인간 소녀와 뱀파이어간의 사랑과 모험을 그린 판타지 영화 '트와일라잇'과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귀족 여인과 거친 카우보이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오스트레일리아'가 선보였으나 한국영화 '과속스캔들'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또 이후 등장한 할리우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와 '지구가 멈추는 날' 또한 기대 걸맞는 성적을 내지 못한채 '쌍화점'과 '과속스캔들' 등 잘 만들어낸 한국영화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SF소설 '지구 속 여행'을 원작으로, '미이라' 시리즈로 전세계에서 12조2,208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둔 브랜든 프레이저가 주연을 맡았으나 '과속스캔들'의 박보영 차태현 콤비에 밀렸고, 뉴욕에 떨어진 거대한 미확인 외계 생물체와 인간들과의 사투를 그린 '지구가 멈추는 날'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키아누 리브스를 앞세웠으나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오는 4일까지 이어지는 '연초 흥행랠리'에 '쌍화점'이 얼마만큼의 관객을 동원할지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태.
이밖에 '동성애'와 '노출'로 이어지는 '쌍화점'의 홍보 마케팅이 일반 영화팬들의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연말 연시도 아랑곳 하지않고 전국의 극장가를 누비는 조인성 주진모 등 주연급 배우들의 열성적인 홍보도 영화 흥행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쌍화점'의 흥행은 최근 침체의 한국영화계에 큰 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과연 '쌍화점'이 2009년 한국 극장가에서 활짝 웃을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쌍화점의 조인성 송지효 주진모(왼쪽부터)
황용희 기자 hee21@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황용희 기자 hee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