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글로벌 인프라 시장이 바뀌고 있다
기사입력 2018.09.07 11:50최종수정 2018.09.07 11:50 종합편집부 공수민 기자
정부의 2019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안은 18조5000억원이다. 올해보다 5000억원이 줄었다. 이와 별개로 내년에는 '생활 SOC'를 올해보다 약 3조원 늘어난 8조7000억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증액이 예상된다지만 우리 정부는 SOC 예산에 관한한 여전히 축소지향적이다. 2018∼2022년 연평균 2.0%씩 줄이겠다고 한다. 다만 작년에 연평균 7.5%씩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에 비하면 축소 폭이 줄어든 셈이다.

우리는 축소지향적이지만 글로벌 인프라시장은 다르다. 우선 개발연대에 널리 사용되던 'SOC'라는 단어는 대부분 '인프라'로 대체된 지 오래다. 인프라는 전통적 경제 인프라와 사회 인프라로 구분된다. 도로ㆍ철도와 같이 우리가 오랫동안 SOC라고 불러온 시설물은 대부분 경제 인프라에 포함된다. 최근 우리 정부가 제시한 생활 SOC(도서관ㆍ문화시설 및 체육시설 등)는 사회 인프라에 포함된다. 선진국의 사회 인프라는 학교, 병원, 교도소 등 포괄하는 범위가 넓다. 생활권 도로와 같은 교통 인프라를 사회 인프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유럽 각국은 고령화의 진전에 따른 노인인구 급증 등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는 나라는 개발도상국가만이 아니다. 미국ㆍ유럽은 물론이고 세계 1~2위 인프라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 홍콩ㆍ싱가포르도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은 경제성장률보다 인프라 투자 증가율이 더 높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PwC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6∼2015년) 인프라시장의 투자 수익률은 부동산, 주식, 헤지펀드, 회사채보다 높았다고 한다.

지금처럼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도 향후 목표로 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G20에서 만든 '글로벌 인프라 허브(GI Hub)'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비롯한 많은 기관들은 필요한 인프라 투자 소요와 현재 추세와의 격차를 의미하는 '인프라 투자 갭'을 측정하고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나라마다 정치적ㆍ제도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방안은 역시 민간투자사업(PPP) 확대다. 인프라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 19세기 이래 유럽의 전통이다.

인프라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나라들은 생산성 확대도 고민하고 있다. 영국과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특히 세계 최고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작년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4.4%를 인프라에 투자했지만 2020년에는 그 비중을 6.0%로 늘릴 계획이다. 동시에 싱가포르는 2010년에 1차, 2015년에는 2차 생산성 향상 로드맵을 수립해 실행함으로써 해마다 건설생산성을 2∼3%씩 높이고 있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콘크리트에 대한 투자가 아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고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생활 SOC를 포함한 사회 인프라는 대부분이 사회 복지 프로그램의 일부로 사람에 대한 투자다. 또 오늘날의 인프라는 4차 산업혁명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다. 시설물의 기획-설계-시공-운영 및 유지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널리 활용된다. 만들어진 시설물은 모두가 스마트 인프라로 기능해야 한다. 이미 독일의 '연방 교통ㆍ건축 및 도시개발부'는 2013년 말에 '연방 교통 및 디지털 인프라 사업부'로 명칭이 바뀌면서 부처 이름에도 '디지털 인프라'를 명시하고 있다.

글로벌 인프라시장의 흐름에 비춰 보면 우리의 인프라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 및 정책도 바꿀 필요가 있다. 단기적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부양 목적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소지향의 인프라 투자가 아니라 미래와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정책이 요구된다. 인프라 투자의 확대와 더불어 건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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