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사라진 거래, 태연한 정부, 버티는 강남
기사입력 2018.05.16 14:12최종수정 2018.08.27 13:47 건설부동산부 배경환 기자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정부와 강남 집주인간의 싸움에 우리만 죽어나네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업소 사장은 강남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묻자 이같이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부는 집값을 잡았다고 안도해 하는 것 같고, 집주인들은 끌까지 버틸 심산이다"면서 "강남 집값 전쟁은 휴전기에 접어들었지만 우리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부터 몰아친 거래단절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 같지만, 통계의 착시일 뿐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의 말대로 서울부동산정보 광장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600여건에 그친다. 신고일과 계약일과의 공백, 아직 보름이나 남은 영업일 등을 감안해도 1만여건을 훌쩍 넘겼던 지난해 5월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예견했던 상황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4월1일 이후 거래 감소는 서울시내 중개업소 모두 알고 있던 일이다. 거래단절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통계서도 확인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송파구(-0.01%)와 강동구(-0.02%)의 매매가격은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1주일 전보다 0.06% 내렸다. 감정원이 서울 집값의 하락세를 전망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집값은 하락이 아닌 '휴식기'를 맞은 것에 더 가깝다. 지난 2월 16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105㎡(6층)의 경우 8층짜리 물건이 17억원에 팔렸다. 두달여간 실거래건수는 1건에 불과했지만 집값은 아직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추진위원회 설립, 초고층 재건축 가능성 등 굵직한 이슈가 이어지는 압구정 한강변 재건축도 마찬가지다. 4월 이후 압구정에서 신고된 아파트 거래는 '0'. 하지만 개인 사정 탓에 급전이 필요해 급매물을 내놓은 경우를 제외하고 1분기 실거래가 밑으로 물건을 내놓은 곳은 찾기 힘들다. 한양1차 63㎡만 하더라도 올들어 최고가인 18억원에 물건이 나와있고 2차 147㎡ 역시 30억원짜리 물건이 등록돼 있다. 서초구 방배동에서는 '최고가' 경신이 곳곳에서 터질 분위기다. 기존 급매물이 모두 사라진 방배동 내 래미안방바아트힐, 리첸시아방배, 방배렉슬의 호가는 기존보다 더 높아졌다.

결국 최근 들어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의 분석은 과열된 집값이 거래위축과 맞물려 주춤했다는데서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분위기를 안정화로 오인할 경우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4월 양도세 규제 분위기가 5월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6월에는 지방선거와 보유세 개편 방안 발표까지 예정돼 있어 거래절벽 현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누적된 압력이 폭발하면 시장은 더 빙하기에 들어갈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정부 뜻과 달리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행정이 우려되는 이유다. 집값은 잡히지도 않았고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강남 중개업소들은 전언은 이죽거림이 아닌 신호다. 경고 신호만 보낼 것이 아니라 신호에 따른 반응도 면밀히 살펴야 후속책 수립이 수월해질 것이다. 집값을 잡는 것과 거래를 죄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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