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의 소유자들이 비(非)아파트에 대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아파트에 주로 집중돼있다며 거주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아파트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전국오피스텔협의회, 전국임대인연합회는 최근 '전국비아파트총연맹'을 결성하고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비아파트 주거시장 정상화 촉구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다. 연맹은 "현재 비아파트 주거시장은 아사 직전으로 실질적인 완화 정책이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지경"이라고 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다세대·연립 전세거래량은 4만7581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6만3203건) 대비 24.7% 줄었다. 오피스텔 전세거래량은 2만1881건에서 1만6030건으로 26.7% 감소했다.
이들은 정부에 ▲임대보증 상한제도 개선 ▲오피스텔 과세체계 개선 ▲생활숙박시설 불법화를 막기 위한 대책 강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 150%(공시가격 150%·전세가율 100%)에서 126%로 하향 조정했다. 임대인이 가입하는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험도 내년 7월부터 공시가격 126%가 적용된다.
부산 연제구에서 원룸과 투룸 건물 등을 운영하는 등록임대사업자 A씨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한도를 축소하는 정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임대인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전세 수요가 최악으로 치닫고, 기존 전세 임차인들의 이탈이 심화되면 임대인은 자신도 모르게 전세 사기범으로 몰릴 수 있다"며 호소했다.
임대인들은 세입자를 구하려면 보증보험 가입 기준에 맞춰 전세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기존 전세계약에 따른 보증금을 반환하기 어려워지면서 역전세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전세가 하락, 역전세, 전세사기 등의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전세보증보험 한도를 축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피스텔 소유자들은 과세체계를 손질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입신고를 한 경우 주택으로 간주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부과하고 있다.
양도 시점에도 주택으로 분류돼 기존에 주택을 가진 경우 다주택자로 보고 양도세도 중과된다. 추가로 주택을 취득할 경우에도 취득세 중과가 적용된다. 그러나 취득세는 용도와 상관없이 4%의 세율을 일괄 적용한다.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9월 25일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을 내년 말까지 1년 2개월 더 유예하기로 해주면서 생숙을 주거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한편 최근 전세사기, 건설 경기 악화,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급증 등의 영향으로 비아파트 시장은 고사 상태에 빠져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만601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2~3년 뒤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민, 청년층의 대표적인 주거지인 오피스텔, 빌라 등에 대한 공급 부족이 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질 경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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