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4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
학생, 학부모 모두 긍정적인 반응
"교통지도 인력 병행돼야" 의견도
"횡단보도가 노란색이 되니까 흰색일 때 보다 차들이 속도를 더 줄이는 것 같고 안전해진 느낌이에요"(서울 중구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5학년 이모양)
20일 오전 8시43분. 청구역 2번 출구와 3번 출구 사이. 이곳의 횡단보도는 흰색이 아니라 노란색이다. 보행자 신호등에 초록 불이 켜지자 '옐로카펫'에 서 있던 초등학생이 무지개색 우산을 쓰고 노란색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아직 저학년으로 보이는 초등학생 뒤로는 검은색 우산을 쓴 엄마가 뒤따라갔다. 빨간불이 켜진 차량 신호등 아래로 차들은 칼같이 정지선을 지키고 있었다. 중구청은 지난달 흥인초등학교 인근에 노란색 횡단보도 세 구역을 설치했다.
노란색 횡단보도는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이다. 운전자가 횡단보도 색깔만으로도 스쿨존을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4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스쿨존에는 노란색 횡단보도가 설치된다.
이미 노란색 횡단보도의 효과는 증명된 바 있다. 지난해 전국 7개 시·도 12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3개월간 이를 시범 설치한 후 도로교통공단에서 이를 분석한 결과 운전자의 88.6%가 보호구역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59.9%는 노란색 횡단보도일 때 정지선을 더 잘 지키게 된다고 응답했다. 중구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전재선씨(72·남)는 "운전할 때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며 "아무래도 흰색보다는 노란색이 훨씬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실제로 이 시각부터 보행자 신호등에 초록 불이 15번 들어올 때까지 지켜본 결과 우회 차선을 제외한 두 차선에서 정지선을 지킨 경우는 10번이었다. 정지선을 완벽하게 지키지 않은 경우는 정지선을 약간 튀어나온 경우나 이륜차가 정지선 앞쪽까지 나온 경우였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새롭게 설치된 노란색 횡단보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모군(11·남)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확 표시가 나니까 뭔가 더 안전한 느낌이다"고 했다. 빗속에서 3학년 손주의 하교를 기다리고 있던 이모씨(70·여)는 "오늘은 비가 와서 손주를 데리러 나왔다"며 "평소에는 혼자 집으로 오는데 아무래도 노란색으로 눈에 띄게 색칠을 해놓으니까 안심이 된다"고 했다.
다만 노란 횡단보도 설치와 함께 교통지도도 병행되면 좋겠다는 학부모의 반응도 있었다. 1학년 아이의 엄마인 정유진씨(44)는 "눈에 띄니까 좋긴 하다"면서도 "등교 시간에는 교통 지도하는 분들이 있지만 하교 시간에는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이어 "하교할 때 아이들이 속도가 빠른 차량 때문에 멈칫멈칫해 같이 건너 준 적도 있다"며 "교통지도를 하교 시간에도 진행하면 더욱 안전한 스쿨존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을 데리러 온 한수연씨(47)도 "등하교할 때 좌우를 잘 살피라고 하는데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며 "노란색 횡단보도로 좀 더 안심되긴 하지만 아이들이 이동을 많이 하는 시간에는 교통지도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개정안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각 구청에서 일부 스쿨존에만 몇몇 노란색 횡단보도를 설치했을 뿐이다. 노란색 횡단보도가 설치된 이곳에도 나머지 스쿨존인 사거리 횡단보도 3곳은 노란색 신호등 아래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중구청에는 이곳 흥인초를 포함 충무초, 청구초 일부 구간들만 노란색 도색이 돼있다. 다른 지역에 손주가 있다는 김성숙씨(59·여)는 "노란색 횡단보도 근처로는 정지선을 잘 지킨다"며 "손주가 다니는 길에도 생기면 좋겠다'고 전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스쿨존 노란색 횡단보도 설치) 시행이 얼마 안 돼 일부 구간에만 도색이 돼있다"며 "내년쯤에는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는 모두 노란색으로 칠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내년 초 각 구청의 사업 계획을 수합해 관련 예산을 책정할 계획이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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