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사건 배후…강경파 김영철 당 복귀
북미 정상회담 조율 등 다양한 실무 경험 갖춰
"강경 시그널에 활용…대미협상에 투입 가능성"
천안함 폭침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대남 강경파' 김영철 전 노동당 대남비서가 통일전선부 고문 직책으로 복귀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으로 미중간 대화의 물꼬가 트인 가운데 북한이 계속 '강경 시그널'을 보낼 것인지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당 전원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김영철 동지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했다"고 밝혔다. 김영철은 대표적인 '대남 강경파'로, 그가 주요 간부로 가기 위해 필요한 정치적 이상인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다는 것은 대남 업무에 복귀하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영철의 직함을 '통일전선부 고문'이라고 명시했다.
앞서 김영철은 2021년 당대회에서 대남비서 자리가 없어질 당시 통일전선부장으로 사실상 강등됐다. 이후 지난해 6월 당 전원회의에선 통전부장 자리마저 후배 리선권에게 넘겨줬고, 같은해 9월에는 상임위원회 위원에서도 해임되면서 '야인'이 됐다. 2018년 남북미 대화가 이어질 때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했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나면서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그러나 여러 실무 경험을 갖췄다는 점에서 여전히 북한에 중요한 카드다. 1990년부터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로 참석했고 2006∼2007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선 북측 단장으로 활동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땐 북측 수석대표를 지냈고, 2008년 11월에는 남측의 육로출입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12·1 조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 조율에도 관여했다.
우리 입장에선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그가 정찰총국장을 지낸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하자, 정부는 정찰총국을 배후로 지목했고 미국은 김영철을 대북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후 김영철은 2018년 4월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취재차 방북했던 우리 취재진을 상대로 자신을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라고 소개해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여러 전문가는 김영철의 복귀를 그 자체로 '대남·대미 강경 메시지'라고 해석하기보다는 북한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상황을 대비한 '전략적 선택'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2018~2019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직접 상대한 경험이 있는 인물인 만큼 미국과의 협상 때 활용할 여지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영철은 대남·대미 사안에 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는 인사로, 강경한 메시지를 낼 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영철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서 '기피 인물'로 꼽으면서 대화가 안 되니 인사를 바꿔달라고 했을 정도"라며 "북한 입장에선 미국을 상대할 때 이런 인물이 오히려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영철은 대남·대미 정세 판단이나 그 대응과 관련해서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례로 김계관 전 외무성 제1부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고문' 직책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에 속았다"고 반발하며 악역을 자처했던 것처럼 김영철도 '확성기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영철은 현재 '대북 송금' 의혹과도 연결된 인물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김영철에게 친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5월 중국 단둥에서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검찰은 이때 김 전 회장이 김영철 당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장에게 '경제협력을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의 친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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