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소·중견 식품사, 대기업 성장세 넘어
최대 100배 성장 "제품과 서비스에만 집중"
업계, 납품가 갈등 구도 당분간 봉합 힘들 것
납품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기 싸움이 강도를 높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쿠팡을 뺀 유통사들과 연합 전선을 확대하자, 쿠팡이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인 '햇반' 등을 겨냥, '독과점 식품 대기업 제품이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맞받아쳤다.
쿠팡은 올해 1~5월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소·중견기업 즉석밥 제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고 100배 이상 늘었다고 11일 밝혔다. 쿠팡은 "즉석밥 등 식품 품목마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확보한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그동안 '성장의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후발 중소·중견 식품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즉석밥 부문에서 성장률 상위권은 모두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했다. 즉석밥 부문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업체는 유피씨로 올해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만407% 증가했다. 1년 만에 100배 이상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CPLB 곰곰 즉석밥과 자체 제조 즉석밥 '우리집 밥'을 생산하고 있는 시아스도 7270% 성장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중견기업도 급성장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H사의 프리미엄 즉석밥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60% 성장했으며, D사의 즉석밥은 140% 성장했다. 중견기업 O사는 쿠팡 내 판매량이 CJ제일제당을 넘어섰다.
즉석국, 냉동만두 등 카테고리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즉석국 부문에서는 충북 옥천군에 있는 중소기업 교동식품의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증가했다. 냉동만두 부문에서는 명동에서 중식당으로 시작한 취영루가 전년동기 대비 61% 성장했다. 중소·중견 식품업체들은 "특정 브랜드 인지도에 집중하기보다 제품력과 상품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공정한 판매 생태계가 국내 유통기업에서는 처음으로 쿠팡에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쿠팡에서 철수한 후 쿠팡을 뺀 유통사들과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지난 3월 네이버쇼핑이 운영하는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고, 11번가 '슈팅배송'과 협업·컬리 자체 브랜드(PB) 공동 개발 등에 나섰다. 최근 신세계그룹 이마트·SSG닷컴·G마켓과 가정간편식(HMR) 제품 공동 개발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업계는 양사의 납품가 갈등이 이른 시일 내 해결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납품가 갈등에 대해 양사 모두 '타협점을 찾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만을 공식적으로 밝혀왔으나, 최근 양사 모두 타협 외의 방법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어서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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