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차례상 음식 간소화해야"
명절 연휴에 가정폭력 신고 증가하기도
성균관, 간소화한 차례상 표준안 발표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온 가족이 모여 즐거워야 할 추석 명절에 차례상 준비 등으로 인한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명절 행사 중 가장 스트레스받는 것이 차례상 차리기라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5일 부산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준비 문제로 남편과 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두른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람은 "앞으로는 차례 음식을 만들지 말자"고 이야기하다가 말다툼을 벌였다. 격분한 아내가 주방용 흉기를 남편에게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
이처럼 차례상 차리기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 지난 1월 HR테크 전문기업 인크루트가 명절 준비에 대한 생각과 고충 경험을 알아보기 위해 성인남녀 8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60.0%)가 명절 행사 가운데 가장 스트레스이자 부담인 점으로 '전 부치기 등 차례상 차리기'를 꼽았다.
또 응답자의 94.3%가 차례상 음식의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차례상 음식 준비 수준에 대해서는 '가족 또는 고인이 선호하던 음식 위주로 차린 차례상'(68.4%)을 선호하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1~2개의 단품 음식으로 차린 차례상'(16.1%), '가짓수는 다양하나 양을 줄인 차례상'(11.2%)이 뒤를 이었다.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성균관도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고 간소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교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국민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면서도 "현대화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옛 영화만을 생각하며 선구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유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고 말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명절만 되면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라는 용어가 난무했다"면서 "심지어 명절 뒤끝에는 '이혼율 증가'로 나타나는 현상을 모두 우리 유교 때문이라는 죄를 뒤집어써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명절 연휴 기간에 가정폭력 신고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설 명절 연휴 기간 전국에서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평균 4000건 이상에 달한다. 이는 1년간 접수된 일평균 가정폭력 신고보다 ▲2017년 1.4배(1076건) ▲2018년 1.51배(1032건) ▲2019년 1.44배(954건) ▲2020년 1.42배(865건) 등으로 많다.
한편 표준안에 따르면 간소화한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핵심은 전 부치기 등 기름진 음식은 상에 올려선 안 되고,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가지면 족하다는 것이다.
성균관 측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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