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민요에 조선힙합 접목했더니 MZ세대·외국인 열광"

수정 2021.09.24 11:22입력 2021.09.24 08:27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 팀장 인터뷰

관광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유튜브서 2년 연속 흥행 대박 이끌어
영화 '매드맥스' 패러디한 '머드맥스'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500만뷰 돌파
지역 골목·예술·문화와 음악 결합

"민요에 조선힙합 접목했더니 MZ세대·외국인 열광"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서산편'(머드맥스)의 한 장면.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한국관광공사의 광고 기획… 대체 누구죠? 물건입니다. 이런 표현력, 그는 국보급이네요!"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에 공개한 한국관광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서산편’ 영상에 달린 추천 수 상위 댓글이다. 영화 ‘매드맥스’를 패러디해 ‘머드맥스’라 불리는 이 영상은 공개된 지 약 2주 만에 조회 수 1500만뷰를 돌파했다. 이 영상 외에 시즌2의 나머지 7개 영상도 모두 1000만뷰를 넘어섰다. 지난해 시즌1 ‘범 내려온다’에 이어 올해 시즌2까지 대박 흥행을 이끈 ‘물건’,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 팀장(사진)을 직접 만났다.

"민요에 조선힙합 접목했더니 MZ세대·외국인 열광"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 팀장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의 2년 연속 흥행 비결을 묻자 오 팀장은 "운칠기삼이죠"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디지털 소비량이 늘어나다 보니 수혜를 입은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시대에 그저 제가 맡은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 여겼지 특별한 방법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했다.


보통 정부 부처나 공기업·기관에서 만든 홍보 영상은 대중으로부터 식상하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다. 정부 정책의 성과를 포장하거나 특정 기관의 정체성을 지나칠 정도로 드러내는 탓이다. 그래서 대중은 해당 영상을 문화콘텐츠라기보다는 공익적 홍보·교육물 정도로 취급한다. 하지만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2년간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를 통해 보여준 영상들은 이 같은 편견을 무너뜨렸다. 한국 공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다.

오 팀장은 ‘발주처(관광공사)-광고대행사-프로덕션’이라는 영상 제작 구조 속 관계를 ‘단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이끌었다. 각자 맡은 영역에서 자유롭게 창의성이 발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 팀장은 "저희는 철저히 왜(Why), 무엇(What)을 할 건지까지만 고민했다"면서 "어떻게(How) 만들지는 광고대행사와 프로덕션이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라 거의 터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민요에 조선힙합 접목했더니 MZ세대·외국인 열광"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서울1편(사랑가)'의 한 장면.

오 팀장이 관광공사의 역할로 강조한 것은 ‘로컬 브랜딩’ 전략 수립이다. 지역의 골목·예술·문화·라이프스타일을 음악과 결합하고 이를 관광상품화하는 프로세스다. 그는 올해 초 모종린 연세대 교수 등 6인으로 구성된 ‘로컬브랜딩 자문위원회’를 꾸리고 전략회의도 열였다. 오 팀장은 "베를린은 시에서 정책적으로 예술가를 지원해 예술가들의 성지가 되고 있고 미국 포틀랜드는 ‘킨포크’라는 라이프 스타일 잡지가 유행하면서 음식·레저·스포츠 산업의 메카가 되고 있다"면서 "지방이 점차 소멸되는 위기 속에서 해외처럼 로컬 브랜딩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이번 시즌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시즌1 때는 이날치의 조선 판소리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현대무용을 접목했다. 이번 시즌2의 음악 장르는 힙합이다. 이른바 ‘조선힙합’을 한국 전통민요와 결합했다. 오 팀장이 힙합을 선택한 것은 일상의 경험에서 비롯한 다양한 음악적 영감들이 계기가 됐다. 그는 "빅뱅의 광팬이지만 힙합마니아는 아니었다"면서 "그러던 어느 날 차에서 폴로 지(Polo G)의 ‘팝 아웃(Pop Out)’이라는 힙합곡을 듣고 충격을 받아 그런 류의 음악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서 근무할 당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스티브 바라캇 공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비언어적인 음악으로도 이런 기쁨을 줄 수 있는데 많은 가사를 전달할 수 있는 힙합이라면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 큰 고민 없이 힙합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민요에 조선힙합 접목했더니 MZ세대·외국인 열광"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대구편'(쾌지나칭칭나네)의 한 장면.

이번 시즌2의 ‘쾌지나 칭칭 나네’ 대구편을 보면 ‘쇼미더머니8’ 출신이자 하이어뮤직 소속 BIGNaughty(서동현)의 랩핑과 댄스팀의 퍼포먼스로 시작한다. 민요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멜로디가 아닌 BIGNaughty식으로 재해석 한 트렌디한 플로우가 귀에 쏙쏙 박힌다. 영상은 민족시인 이상화의 고택에서 시작해 3·1만세 운동길·구제골목·곱창골목 등 대구의 옛 골목 곳곳을 누빈다. 도시의 다양한 정취와 흥겨운 랩·댄스가 어우러져 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난다.


관광공사에서 만들었지만 영상의 주(主)는 여행이 아니다. 이곳으로 여행 한 번 와보시라는 안내 문구도 없다. 그저 K팝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뒤 ‘저긴 어딜까’ ‘저 음식 맛있을까’ ‘저기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생기도록 유도할 뿐이다. 각종 호기심을 자극하는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영상은 그래서 외국인에게 더 인기가 많다.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멋진 관광 홍보 영상이다(This is the coolest tourism promo video ever)" "빨리 한국을 구경하고 칼국수도 먹어보고 싶다(I can’t wait to visit there to see and try kalguksu)" 등 영상 댓글엔 한국 여행에 목말라하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감탄을 연발하고 있다.


오 팀장은 내년 시즌3는 후배에게 넘기고 물러날 계획이다. 그는 "저희의 타깃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데 ‘386 꼰대’인 저는 이만 빠지고 MZ세대와 가까운 사람이 바통을 이을 것"이라며 "과거의 성공이나 데이터, 전문적 지식은 오히려 편견이나 선입견이 될 수 있으니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요에 조선힙합 접목했더니 MZ세대·외국인 열광"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중 '경주&안동편(강강술래)'의 한 장면.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 SNS공유 스크랩

오늘의 토픽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