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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한 줌'은 양이 아니라 '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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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한 줌'은 양이 아니라 '넓이'다? 쌀 한 줌은 이보다 더 적은 양이겠지요? 원래 '줌'은 넓이를 표시하는 단위였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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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최근 한 국회의원이 "한 줌도 안 되는 야당의 권력을 갖고...개혁을 막아버리고 말았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 국회의원의 발언을 평가하는 것은 곧 다가올 선거가 되겠지요. 여기서 궁금한 것은 '한 줌'이라는 단위입니다. 한 줌이 얼마나 되기에 "한 줌도 안되는.."이라고 했을까요?


우리는 보통 아주 적은 양을 표시하고자 할 때 '한 줌'이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사전적 의미는 "한 주먹으로 쥘 수 있는 적은 분량"입니다. 손에 놓고 주먹을 쥐었을 때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을 세는 단위로 '움큼'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사용됩니다. '한 줌의 쌀', '한 줌의 흙', '쌀 한 움큼' 등으로 즐겨 표현합니다.


그런데 '줌'은 원래 넓이를 나타내는 단위라고 합니다. 넓이의 단위였던 줌이 왜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바뀌게 됐을까요? 우리나라의 전통 면적 단위에는 멱(結), 짐(負), 단(束), 줌(把)이 있었습니다. 이를 '결부파속제(結負把束制)'라고 합니다.


단군조선 때부터 사용하던 고유의 단위를 세종 12년(1430년)에 도량형을 정비하면서 한 멱, 한 짐, 한 단, 한 줌이라는 단위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 제도가 결부파속제입니다. 이후 세종 26년(1444년)에 재정비해 고종 황제 때까지 400년 넘게 사용했다고 합니다.


시간을 재기 위한 해시계, 강수량을 측정하기 위한 측우기 등을 개발했던 세종대왕은 국가 경제가 제대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도량형 정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결부파속제를 시행하게 됩니다.


가장 작은 단위였던 '줌'은 당시 가로 한 자, 세로 한 자의 넓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세종 때의 한 자에 해당하는 길이는 38.86㎝입니다. 따라서 한 줌은 38.86㎝ × 38.86㎝로 현재의 0.15㎡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줌은 가장 작은 넓이의 단위로 사용됐던 것입니다.


줌보다 한 단계 위의 단위는 '단'이었습니다. 한 단은 한 줌의 10배였고, 그 윗 단위인 '한 짐'은 한 단의 10배, '한 멱'은 한 짐의 100배로 정의했습니다. 한 단은 열 줌 1.5㎡, 한 짐은 백 줌으로 15㎡, 한 멱은 1만 줌으로 1500㎡인 것입니다. 세종은 가난한 백성들에게 토지를 한 멱씩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한 줌의 쌀'이라는 표현은 가로 세로 38㎝ 정도 되는 작은 땅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양이니 그야말로 한 주먹도 안되는 작은 양을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설명하면, '한 줌의 땅에서 생산되는 쌀의 양'인데 실제로도 한 주먹 정도의 양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이를 줄여서 '한 줌의 쌀'로 사용하다보니 한 줌이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과학을읽다]'한 줌'은 양이 아니라 '넓이'다? 한 줌은 한 주먹으로 쥘 수 있는 작은 양을 나타내지만 원래 넓이를 표시하는 단위였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한 짐 지고 간다'는 말도 흔히 사용하는데, 한 짐은 백 줌이니 그나마 양이 제법 되지요. 가로 세로 3.886m, 15㎡의 면적에서 생산된 곡식의 양이니 한 줌보다 100배나 많은 양이 됩니다. 보통 짐은 가방이나 봇짐에 들어있는 양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 만큼 많은 곡식을 가져간다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요즘 생산되는 곡식의 양으로 따지면 한 짐은 대략 80㎏ 정도일 것으로 추산됩니다. 길이나 무게를 재는 단위는 나라마다 민족마다, 또 시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000년을 사용하던 단위를 버리고 미터법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사용하는 단위가 다를 경우 서로 불편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국제단위계(SI)'를 지키고자 함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등 동양의 여러 나라도 수천년을 사용하던 '척관법(尺貫法)'을 버리고, 국제단위계인 '미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은 아직도 '야드파운드법'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좀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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