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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만리여담]울진대게냐, 영덕대게냐…왕돌초가 웃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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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3년만에 대게축제
케케묵은 원조논쟁도 재점화
바가지 없애고 상품으로 어필

[조용준의만리여담]울진대게냐, 영덕대게냐…왕돌초가 웃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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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돌초(蔚珍礁). 경북 울진군 후포리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곳에 있는 수중암초다. 크기는 동서 길이 21㎞, 남북 길이 54㎞다. 백두대간과 평행으로 달리는 140리 물속 산맥이다. 풍부한 해양자원으로 동해안 어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황금어장으로 통한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지난 2019년 왕돌초를 국가핵심가치 바다숲 1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 신비로운 암초가 제철 맞은 대게의 서식지다. 이맘때 왕돌초에서 잡히는 대게는 살이 꽉 차 있고 특유의 단맛도 깊다. 대게는 몸체가 크다고 붙여진 大게가 아니다. 뻗어나간 다리마다 생김새가 대(竹)나무처럼 곧다고 해서 붙었다.


대게 철이 시작되자 해묵은 대게 원조논쟁도 뜨겁다. '울진대게'냐 '영덕대게'냐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때 원조 타이틀을 놓고 소송까지 벌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죽했으면 영덕 강구항에 가서 울진대게 얘기를, 울진 후포항에서 영덕대게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 정도였다.


대게는 울진 앞바다 왕돌초가 고향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울진대게보다 영덕대게라 해야 진짜 대게로 여긴다. 왜 그런걸까.

울진의 변(辯)은 이렇다. 16세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자해(紫蟹)라고 표기된 대게가 평해군과 울진현의 특산품으로 나온다.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도 이곳으로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문제는 유통이었다. 1930년대 교통이 불편했던 울진보다는 접근성이 좋았던 영덕 강구항에 어선들이 몰려들었다. 대게의 중간집하지가 영덕으로 굳어지면서 영덕대게로 불려왔다.


영덕은 고려 태조 23년(940년) 왕건이 예주를 순시할 때 수라상에 대게를 진상한 것을 제시한다. 또 예주 부사가 대게 맛이 특별해 가마(車)를 타고 와 머물러(留) 차유마을이라 했다며 원조마을론도 끄집어낸다. 울진은 대게가 많이 잡히는 거일마을로 맞불을 놓는다. 두 마을은 직선거리로 25㎞ 떨어져 있고, 마을 사이 동쪽 바다에 왕돌초가 있다.


논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매년 대게축제가 열리면 다시 시끄러워진다. 올해는 유난히 열기가 뜨겁다.

그동안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한 축제가 3년 만에 개막했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이달 26일까지 축제날짜가 겹치면서 신경전이 더 치열해진 양상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울진 2월 말, 영덕 3월 개최가 암묵적 합의였다. 무슨 사정인지 올해 영덕군이 축제일을 당기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다.


후포에서 만난 한 상인은 "3년 기다린 대게축제인데 영덕이 같은 날짜에 시작해 황당하다" 면서 "영덕이 대게로 인지도가 있다 보니 손님이 나뉘지 않겠냐" 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어찌되었건 주사위는 던져졌다. 두 지역의 대게축제는 성격이나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관광객 입장에선 울진이냐 영덕이냐 별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어디를 가던 똑같이 왕돌초에서 잡힌 대게를 내놓는다. 간혹 러시아산 대게를 끼워 팔기로 양심을 버리는 상술도 등장한다.



장삿속으로 점철된 두 지역의 대게 이기주의는 버릴때가 됐다. 제철 대게를 맛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식객들의 마음부터 헤아려야 한다. 바가지 상술을 없애고 제대로 된 상품과 특화된 축제로 어필해야 한다. 논쟁대신 장점은 살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논의가 우선이다. 소모적인 케케묵은 대게 논쟁은 이젠 그만 접자.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jun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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