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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하는 터키-프랑스 갈등…유럽 vs 이슬람권으로 번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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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프랑스 제품 사지 말자"…佛 "공격 멈춰야"
유럽 "에르도안 발언 '명예훼손'" 지적…이슬람권 "신성모독 말라"

심화하는 터키-프랑스 갈등…유럽 vs 이슬람권으로 번질 위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나가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기침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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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프랑스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살해가 발단이 된 터키와 프랑스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설전을 시작으로 유럽권과 이슬람권으로 갈등이 번지는 양상이다.


26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에서 터키 제품을 사지 말자고 하는 것처럼 프랑스 상표가 붙은 제품은 믿지 말고, 프랑스 제품은 사지도 말자"며 프랑스 제품 불매를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신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연일 독설을 퍼부은 뒤 나온 주장이었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을 '파시스트'라고 칭하면서 "유럽은 마크롱 주도의 무슬림에 대한 증오 캠페인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곧바로 반발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증오 시위 등을 멈춰야한다면서 "이러한 요청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증오에 대한 거부를 수호하는 프랑스의 입장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터키가 불매운동을 요구하는 것이 무의미하며 당장 멈춰야하고 프랑스에 대한 공격도 중단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터키와 프랑스의 이같은 갈등 양상은 지난 5일 프랑스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의 잔혹한 죽음이 발단이 됐다. 당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삼은 풍자만화를 주제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토론 수업을 진행한 사뮈엘 파티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18세 청년에 의해 거리에서 잔인하게 살해됐다.


이 사건 이후 프랑스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마크롱 대통령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옹호했다. 또 그는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의 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상이 문제"라면서 이슬람교를 겨냥해 정교분리의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지난 24일 "마크롱은 무슬림과 무슨 문제가 있나? 정신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소수 종교를 믿는 자국 내 수백만 명의 사람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국가 원수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양상은 유럽과 이슬람권으로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신 치료' 발언에 대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명예훼손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프랑스 교사에 대한 "이슬람 광신도의 끔찍한 살인"이 이뤄진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도 트위터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급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개인적 독설은 EU가 터키와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어젠다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해결책을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적었다.


반면 이슬람권은 유럽이 '신성모독'을 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종교기관인 원로신학자위원회는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것은 극단주의자에게 도움만 준다고 지적했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도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풍자만화를 규탄하고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신성모독을 정당화하는 것을 계속 비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등에서는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카타르의 한 식품 유통업체는 앞으로 상점에 프랑스 제품을 전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쿠웨이트에서도 일부 상점들이 프랑스산 치즈 제품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또 430여개의 쿠웨이트 여행사는 프랑스로의 항공편 예약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도 전날 트위터에서 "마크롱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이슬람을 공격함으로써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길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또 요르단의 야당 이슬람행동전선도 지난 24일 마크롱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프랑스 제품 불매를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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