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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한국 야구, 구속 혁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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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한국 야구, 구속 혁명이 필요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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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대표팀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6개국 가운데 4위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참패'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났을 뿐이다. 지난 4일 우승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8회초까지 2-2 접전을 벌인 건 선전이었다. 한일전에 앞서 필자는 콜드게임으로 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국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로 세계야구는 빠르게 변했다. 한국 야구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일본 대표팀은 지난 7일 미국과의 결승에서 2-0 완봉승을 거뒀다. 마운드에 모리시타 마사토(155)에 이어 센가 고다이(159), 이토 히로미(153), 이와사키 스구루(146), 구리바야시 료지(153)를 투입했다. 괄호 안 수치는 이들이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기록한 직구 최고 구속(㎞/h)이다. 레프티 스페셜리스트 이와사키를 제외하곤 모두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진다.


일본 야구에선 지금 패스트볼 구속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2011년 NPB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시속 141.0㎞였다. 2014년엔 141.7㎞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해엔 거의 시속 145㎞로 빨라졌다. 측정 방식을 변화한 요인으로 드는 견해도 있으나 상승 경향은 명확하다. 여기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2016년 NPB에서 시속 157㎞ 이상 강속구를 던진 일본인 투수는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와 후지나미 신타로 두 명뿐이었다. 2019년엔 네 명이었고, 지난해 여덟 명, 아직 시즌이 진행 중인 올해엔 무려 열네 명이다.


[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한국 야구, 구속 혁명이 필요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프로뿐만이 아니다. 중·고교야구 투수들의 공도 빨라지고 있다. 지바롯데 마린스 투수 사사키 로키는 고교 3학년이던 2019년 4월 시속 163㎞를 던졌다. 프리랜서 스포츠기자 요시자키 에이지는 "2001년 데라하라 하야토가 시속 155㎞를 던져 고교 최고 기록을 갱신했을 때 일본 전체가 떠들썩했다. 지금은 평범한 구속이 됐다"라고 말했다. 2019년엔 시속 140㎞ 이상을 기록한 중학생 투수가 최소 여덟 명 나왔다. 아마추어에서 강속구 투수가 더 많이 배출돼 프로에 입단한다, 입단 뒤 구속이 올라가는 케이스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시속 157㎞를 넘긴 NPB 투수 열네 명 가운데 스물다섯 살 이하가 절반인 일곱 명이었다.


직구 스피드는 야구 리그의 수준 비교에 매우 유용한 척도다. 투수의 공이 빨라지면 타자는 더 빠른 스윙을 해야 한다. 스윙이 빨라지면 빠른 타구가 자주 나오고 어설픈 수비수는 도태된다. 2006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던 이승엽에게 한일 야구의 차이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내야에서 타구가 전체적으로 빠르다. 나는 한국에서 수비를 잘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수비가 어려웠다"라고 했다.


[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한국 야구, 구속 혁명이 필요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본은 기교의 야구를 한다'라는 통념은 이제 정정돼야 한다. 지금 한일 야구 사이에는 힘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 KBO리그의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2014년 시속 141.0㎞에서 지난해 시속 142.3㎞로 시속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NPB에선 시속 3.3㎞ 향상이 이뤄졌다. 이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지난해 KBO리그 MVP 멜 로하스 주니어가 잘 보여준다. 올해 한신 타이거스에서 뛰고 있는 로하스는 타율 0.098라는 부진에 시달리며 열일곱 경기 출장에 머물렀다. 그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가 NPB의 강속구다. 직구 승부에서 23타수 4안타(타율 0.174)에 그쳤다. KBO리그에서 뛰던 2017~2020년엔 매년 직구 상대 타율이 3할을 넘었다.


일본 야구의 구속 향상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츠쿠바대학에서 야구 동작을 분석·연구하는 니시오 노리후미는 2019년 아사히신문 칼럼에서 "교육 방법의 진화와 정보의 확산"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구속 혁명'의 원조는 미국이다. 지난 20년 동안 메이저리그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시속 3.8마일(6.1㎞)이 빨라졌다. 전례 없는 향상이다. 2006년부터 메이저리그는 전 구장에 투구궤적추적시스템(PTS)을 도입했다. 투구의 물리적 특성이 데이터로 측정됐다. 이것이 바이오메카닉 이론에 기반한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과 결합하며 구속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었다. LA 다저스는 지금 마이너리그 홈구장에도 선수의 바이오메카닉 데이터를 측정하는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한국 야구, 구속 혁명이 필요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보수적이던 일본 야구도 이를 받아들였다. 프로팀들은 2016년부터 트랙맨이라는 PTS를 도입했다. 새로운 훈련법과 장비도 수용했다. 스포츠과학의 명문인 츠쿠바대학 등에서 축적된 자체 역량도 상당했다. NPB 오릭스 버팔로스 구단 관계자는 "자비로 외부 투구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코치들도 있다. 구단에서 인스트럭터를 초빙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라고 전했다. 아마추어 지도자들도 노력했다. '한국야구의 원류'를 집필한 오시마 히로시 작가는 "과거 일본 지도자들은 투수에게 러닝을 가장 강조하는 등 자기 경험에 기반한 주먹구구식 지도를 했다. 지금은 웨이트트레이닝과 과학적인 훈련법을 강조하는 추세다. 제구력 중시 관점에서 탈피해 어린 투수에게 마음껏 던져보라고 말하는 지도자가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 투수들도 데이터와 영상으로 자기 공과 투구 폼을 확인한다.


KBO리그 구단들도 PTS를 도입하는 추세다. 한화 김민우, LG 임찬규 등은 자기 공의 특징을 데이터로 확인한 뒤 '피치 디자인'을 해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투수로 꼽힌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늘 환영받는 건 아니다. 롯데는 올 시즌 중 허문회 감독과 결별했다. 구단이 미국에서 도입한 투구 프로그램 활용에 반발했던 게 경질 이유 가운데 하나다. 대학과 고교에서 10여 개 팀이 PTS 장비를 도입했으나 활용도는 아직 높지 않다.


[최민규의 야구라는 프리즘]한국 야구, 구속 혁명이 필요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은 세계에 문을 열고 교류하면서 성장해 온 나라다. 과거 한국 야구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960~70년대에 재일동포 선수를 초빙해 일본의 선진야구를 접목했다. 프로야구 출범 뒤에는 메이저리그와 교류하기 시작했고 외국인 선수도 받아들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은 미국식 야구와 일본식 야구의 장점을 받아들인 한국식 '혼종 야구'의 승리였다. 지금은 세계야구의 혁신 추세에서 한 발 뒤처져 있다는 게 적어도 '직구 스피드'라는 지표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개인사업자인 프로야구 선수는 기량을 끌어올려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유인이 큰 직업이다. 그런데 노력에 비해 기량이 향상될 폭이 작고, 부상 등 위험도 따른다면 개별 선수는 향상보다는 안주를 택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사상 초유의 페넌트레이스 중단 사태를 부른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사건은 지금 한국 프로야구가 정체돼 있다는 방증인지도 모른다. 투입산출비를 끌어올리는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 야구가 '구속 혁명'에 더는 뒤떨어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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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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