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종길의 가을귀]라면이 사회의 거울이라면…

시계아이콘01분 2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김정현·한종수 '라면의 재발견'

[이종길의 가을귀]라면이 사회의 거울이라면…
AD


라면은 서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먹거리다. 그래서 시·소설 등 문학 작품에 단골로 등장한다. 이외수의 '훈장'이 대표적인 예다.


"배가 고프군. 나는 방구석에 놓여 있는 두꺼운 마분지 상자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상자에 인쇄돼 있는 '삼양·쇠고기·주의 햇빛과 습기를 피해주십시오' 따위의 글자부터 무심코 읽은 다음 그 속에서 문명인의 대용 식사 봉지를 끄집어냈다. 비닐 포장지에는 친절하게도 조리법이 자세히 적혀 있었고, 계란과 파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이 난다는 조언까지 첨부돼 있었다."


이외수는 젊은 시절 '춘천 거지'로 불렸다. 라면 하나도 네 등분해 먹을 만큼 가난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육상 3관왕에 오른 임춘애는 "라면을 먹고 운동했다"는 소감으로 헝그리 정신의 표본이 됐다. 뒤늦게 코치의 부인이 간식으로 끓여준 것으로 밝혀졌으나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가난했든 아니든 라면으로 배고픔을 해결했던 기억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현·한종수가 쓴 '라면의 재발견'은 라면과 사회의 관계를 다룬 인문학적 고찰서다. 한국사회의 변곡점마다 라면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알아보고, 사회가 요구했던 라면과 라면이 이끌었던 삶의 변화를 추적한다. 라면을 사회의 거울로 바라본 것이다.


[이종길의 가을귀]라면이 사회의 거울이라면…


실제로 라면은 굶주림의 해결뿐 아니라 다양한 맛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거듭 변신해왔다. 집 밖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용기로 출시됐다. 짜장면·우동·비빔국수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거의 모든 면까지 변형돼 나왔다. 여가 활동 확대, 독신 가구 증가 같은 사회 변화 모두 라면 안에 담겨 있는 셈이다.


오늘날 음식은 자기의 취향을 드러내고 즐기는 대상이자 하나의 문화가 됐다. 라면도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제조사가 제안한 방법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기호에 맞게 여러 제품을 조합하거나 자기만의 새로운 활용법을 만들어내는 소비 계층이 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예 제조사에서 그렇게 응용된 라면을 상품으로 개발·출시한다. 두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짜파구리를 언급한다.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는 이미 1980년대에 출시된 라면으로, 짜파구리는 1990년부터 알음알음 시도된 응용 레시피다. 그것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된 2010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미디어에까지 소개되었고, 폭넓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농심은 이를 제품화하지 않았는데, 이미 짜파게티와 너구리 모두 순조롭게 판매되는 상황에서 굳이 시장을 나눌 필요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에 짜파구리가 등장한 것을 계기로, 농심은 2020년 4월 용기면으로 짜파구리를 내놓았다."


AD

[이종길의 가을귀]라면이 사회의 거울이라면… 영화 '기생충' 스틸 컷


'기생충'에서 짜파구리는 세 가족이 동익(이선균)의 집에 한데 모였을 때 등장한다. 문광(이정은)이 근세(박명훈)와 함께 가족으로서 존재를 드러내고 기택(송강호) 가족과 한바탕 싸움을 벌인 뒤다. 봉준호 감독은 이를 값싼 두 종류의 면이 마구 뒤섞인 형태로 표현한다. 여기에 추가되는 비싼 한우 채끝살은 야영지에서 갑자기 돌아오는 동익의 가족을 의미한다.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싸고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이라는 라면의 정체성은 바뀌지 않은 셈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306:50
     수조원 투자하는 그들이 AI와 함께 일하는 법
    수조원 투자하는 그들이 AI와 함께 일하는 법

    사모펀드(PE) 업계 대표의 의사결정은 수백·수천억, 때로는 조 단위 자금의 향배를 가른다. 그들이 내리는 한 번의 판단은 펀드 수익률은 물론 산업 지형까지 바꾼다. 매일 보고서, 재무 자료와 씨름하면서 머릿속으론 끊임없이 가설과 반론을 주고 받는다. 매 단계가 한 치의 오류도 허용되지 않는 영역이다. PE의 투자 검토는 산업과 기업을 탐색하고, 1차 가설을 세운 뒤, 실사를 통해 이를 검증하고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결

  • 26.02.0906:50
    "소액주주 프리미엄 줘야 할 판"…공개매수 난항 겪는 PEF들
    "소액주주 프리미엄 줘야 할 판"…공개매수 난항 겪는 PEF들

    사모펀드(PEF) 들이 포트폴리오 기업을 상장 폐지하기 위한 공개매수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대주주와 같은 가격을 제시해도 소액주주들이 응모를 꺼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아니라 '소액주주 프리미엄'을 따로 고민해야 하는 국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9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코스닥 상장사 에코마케팅의 상장 폐지를 위해 2차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 26.02.0206:50
    "통매각 신통찮네" 플랜B 가동하는 사모펀드들
    "통매각 신통찮네" 플랜B 가동하는 사모펀드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투자 논란 이후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투자회수(엑시트)에 대한 고심이 짙어지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의 매각 과정에서 고용 불안과 구조조정 논란이 불거지면서, 엑시트 자체가 사회적 리스크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모두 대형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사모펀드들은 기업 전체를 한 번에 매각하기보다는 부분 회수와 장기 보유를 결합한

  • 25.12.2606:50
    붙여서 키운다…M&A 핵심 전략 '볼트온'
    붙여서 키운다…M&A 핵심 전략 '볼트온'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인수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 전략으로 '볼트온'이 부상하고 있다. 볼트온은 볼트 A와 B를 접합했다는 뜻으로, 비슷한 업종의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높이고 산업의 가치도 함께 높이는 전략이다. 볼트온 성공 맛본 VIG, 이번엔 뷰티 한데 묶는다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VIG)는 LG화학 에스테틱 사업부와 울트라브이를 중심으로 한 통합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올해 8월 VIG는

  • 25.10.0908:00
    살만한 매물 없는데…"K뷰티 가격 이게 맞아?"
    살만한 매물 없는데…"K뷰티 가격 이게 맞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뷰티 기업 가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뷰티 산업이 가진 기술적 장벽 대비 지나친 가격 거품이 꼈다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시장 초기의 과열은 자연스레 조정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K뷰티 '들썩'…에이피알 주가 급등에 비상장 밸류에이션↑정권교체와 경기 둔화, 대외 불확실성 등 변수가 중첩되면서 국내 사모

  • 26.02.2413:41
    "강남, 분위기 달라졌다"…다주택자 급매 나와도 '더 내려간다' 관망
    "강남, 분위기 달라졌다"…다주택자 급매 나와도 '더 내려간다' 관망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신고가 소식이 이어지던 지역에서, 최근에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가격을 낮춘 거래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는 5월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나면서, 시장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1억 낮춰서 팔렸다"…강남권 실거래 변화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 26.02.2412:37
    금융위 약속도 뭉갠 은행 '셀프 감정평가'…벌금 3000만원 처벌법 발의
    금융위 약속도 뭉갠 은행 '셀프 감정평가'…벌금 3000만원 처벌법 발의

    국토교통부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는데도 멈추지 않는 은행의 '셀프 감정평가'에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24일 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감정평가를 한 자에게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법 제5조 제2항에 명시

  • 26.02.2409:21
    '청담 르엘' 보류지 국평 84㎡ 8가구·펜트하우스 4가구 매각
    '청담 르엘' 보류지 국평 84㎡ 8가구·펜트하우스 4가구 매각

    청담삼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24일 '청담 르엘' 보류지 12가구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입찰 절차를 시작한다. 보류지는 소유권 분쟁이나 사업비 정산 등에 대비해 재건축 조합이 남겨둔 물량이다. 청담 르엘을 시공한 롯데건설에 따르면 이번 매각 대상은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8가구와 최상층 펜트하우스 4가구다. 조합 측은 조합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당 가구 내부 구조와 조망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 26.02.2407:00
    "강남, 분위기 달라졌다"…다주택자 급매 나와도 '더 내려간다' 관망
    "강남, 분위기 달라졌다"…다주택자 급매 나와도 '더 내려간다' 관망

    서울 강남권에서 한달여 만에 수천만 원 이상 가격을 낮춘 아파트 매매거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오는 5월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매물이 늘며 호가 하락세가 완연해진 가운데 이전 가격 대비 내려간 가격에 신고되는 사례다. 반면 여전히 기존 최고 가격보다 높은 신고가 사례도 드물지 않게 나온다. 서울 아파트 거래의 경우 당사자 간 약정 후 실제 거래가 체결되고 신고되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 26.02.2318:40
    與 보유세 좌담회…"세제 개편 없이 집값 안정 어려워"
    與 보유세 좌담회…"세제 개편 없이 집값 안정 어려워"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 없이는 집값 안정이 어렵다"는 주장이 23일 여당에서 나왔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보유세 정상화'를 공론화한 것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손솔 정의당 의원 및 참여연대와 공동 개최한 국회 좌담회 '똘똘한 한 채의 역설,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 인사말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 26.02.1915:25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됐다. 서울이 뉴욕의 축소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많은 외국인은 어디서 왔을까?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 26.02.0511:23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박원석 "전한길, 이석기보다 훨씬 더 위험"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박원석 전 국회의원(2월4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박원석 전 의원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원석 : 네, 안녕하십니까. 소종섭 : 오늘 장

  • 26.02.0314:25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장성철 "한동훈의 알파와 오메가는 배지"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2월 2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과 함께 여러 가지 이슈들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정치, 지난주 토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9개를 올렸습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