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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1년]가장 어두웠던 밤, 다시 써내려간 우리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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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그날과 현재의 과제
정치권과 시민이 지켜 낸 민주주의
1년 다가오지만 개헌 논의 여전히 멈춰

편집자주'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짙은 그림자를 남겼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조기 대통령 선거로 이어진 지난 1년은 불안과 혼돈, 기대와 희망이 뒤섞인 시간이었다. 'K민주주의'의 놀라운 회복력을 세계에 각인시켰지만 혐오와 적대의 균열은 사회를 갈라놓았다. 그날의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와 교훈은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월담. "나라 망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처음으로 담을 넘고 달렸는데, 그 순간은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도 잊었어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당시 본회의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우격다짐으로 국회 정문까지 다가갔지만 철문에 가로막히자, 문을 더듬어 기어올랐다. '무섭다' '힘들다' 생각도 못 했다. 주변 도움으로 국회 담을 넘은 그는 동료의원(임미애 민주당 의원)의 손을 잡고 전력으로 질주했다. 비상계엄 당시 가장 빨리 본회의장에 도착한 의원 가운데 한 명이 됐다.


#슬리퍼. 설동찬 보좌관(안태준 민주당 의원실)은 슬리퍼를 신고 나간 게 못내 신경이 쓰였다. 의원실에서 야근 중이던 그는 경찰에 막혀 의원들이 국회에 못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 나갔다. 길을 여는 데 성공한 그는 헬기가 국회 운동장에 착륙하는 것을 알게 된 뒤, 또 달렸다. 광장을 거슬러 운동장으로, 다시 본청으로, 그는 그날 밤, 말 그대로 몸으로 계엄군에 맞섰다. 밀리고 넘어질 때마다 저 멀리 떨어진 슬리퍼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날 국회 본회의장이 뚫리지 않은 이유는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결기와 유혈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제복 입은 이들과의 암묵적인 약속 그리고 현장을 찾아온 다수의 시민 덕분이었다.


#거리. "바깥에서 시민들이 군을 막아주지 않아 한꺼번에 (병력이) 들어왔다면 밀렸을 거예요." 믿기지도 않았던 비상계엄 소식에 시민들은 자기 일을 제쳐두고 국회로 달려왔다. 시민들은 병력과 탄약을 휴대한 군의 이동을 몸으로 막아섰다. 실제로 검찰의 공소장에는 '특임대 선발대가 탄 버스 앞에 시민들이 길을 막거나 아예 버스 밑으로 들어가 진입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차가운 겨울, 해볼 테면 해보라고 버스 바퀴 아래 누워 있는 이들 때문에 계엄군은 길에 멈춰 섰다. 그날 밤 시민들은 휴대폰 등으로 실황 중계한 영상을 보며 밤을 지새웠다. 이들 모두가 국회를 지킨 덕에, 그날 밤 비상계엄은 해제될 수 있었다.


[12·3 비상계엄 1년]가장 어두웠던 밤, 다시 써내려간 우리의 민주주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비상계엄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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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일 밤을 지킨 이들이 없었다면 평범한 일상도 없었다. 공짜로 얻어지는 역사는 없다. 그날 우리는 민주주의를 다시 썼다. 비상계엄 이후 1년, 한국 정치는 위기의 순간을 헤치며 여기까지 왔다. 비상계엄의 장본인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의 두 차례 표결 시도 끝에 탄핵안 가결이 이뤄졌고, 마침내 소추됐다.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구속됐고,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된 뒤 내란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여당이던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성격의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며 야당 신세가 됐다.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서울서부지법 폭동,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둘러싼 극단적 갈등 등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지난 1년간 민주주의는 빠른 복원력을 보여줬다.


[12·3 비상계엄 1년]가장 어두웠던 밤, 다시 써내려간 우리의 민주주의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이제 대통령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비상계엄 선포는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올해 7월 계엄법이 정비되면서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고, 국회에 회의록 제출이 의무화됐다. 계엄이라 하더라도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 제한도 할 수 없게 했다. 설령 구금된 국회의원도 본회의에 출석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계엄 해제권에 대한 제도적 취약점을 보완한 셈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헌법 질서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점에서 과제는 여전하다. 평시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헌법 77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탄핵 이후 대선이라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미뤄졌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4년제 중임 또는 연임제 등 권력구조를 개편하고 분권형 총리를 도입하는 등 권력 분산의 필요성에 관해 일정한 공감대가 마련됐지만 정치적인 대치가 이어지면서 개헌 논의는 멈춰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제헌절 메시지를 통해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듯,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힘 있게 나서 주시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1년의 시점에서 개헌논의는 답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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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1년]가장 어두웠던 밤, 다시 써내려간 우리의 민주주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모여 비상계엄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극단적인 여야 간의 대치 구도는 지난해 12월 이후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됐다. 집권당이 된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내란세력'이라고 지칭하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독재세력'이라고 규정한다. '적대의 공존'은 그렇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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