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 협상제안하라" 서한
제안서 검토시간 촉박
미 수입 철강관세 25%→50%
한국 등 주요수출국 타격 예상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무역 협상 중인 모든 국가에 4일까지 협상 관련 '최상의 제안'을 제출하라는 서한을 발송했으며,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기존 25%에서 50%로 관세를 두 배 인상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제 막 정권을 인수하고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지도 못한 한국 정부는 중대한 대미 통상 현안에 대해 신속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 보도에 대한 확인 요청에 "해당 서한의 내용을 확인해줄 수 있다"면서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친절하게 상기시키기 위해 이 서한을 우리의 모든 교역 파트너에 보냈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는 USTR이 주요 협상국들에 서한을 통해 4일까지 최종 제안을 요구하고, 각국의 회신을 토대로 협상 타결 가능 범위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레빗 대변인이 '모든 교역 파트너'라고 언급한 점으로 볼 때 한국 정부에도 이 서한을 보낸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7월8일 전까지 주요 국가들과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레빗 대변인은 "이들 국가에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단순히 상기하고자 하는 서한이며 대통령은 좋은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으로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3일 대선 이후 실질적인 정권 이양과 내각 구성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정책 결정이나 무역 협상 전략을 정리해 미국에 회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4일 오전 6시21분부터 임기를 시작해, 제안서를 검토할 시간이 만 하루에 불과하다.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발 통상 압박에 대응해야 하는 외교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은 통상 대선 이후 2~3개월간 인수위원회를 운영하며 총리 후보자 지명 및 청와대 인선, 정책 조율 등을 진행해왔지만, 이번에는 선거 직후 곧바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이 '경제 전시체제'를 선언하고 대미 무역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두 배로 인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해온 25%의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인상된 관세율은 4일 0시1분(한국시간 4일 오후 1시1분)부터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인상된 관세는 외국 국가들이 저가의 과잉 생산 철강 및 알루미늄을 미국 시장에 계속 유입시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보다 효과적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이번 조치로 관세율이 50%로 인상되면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국들의 미국향 철강·알루미늄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부분의 관세를 둘러싸고 법적 공방에 휘말려 있는데, 이들 관세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해 부과된 것이다. 하지만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다른 법적 권한을 근거로 시행된 것이기 때문에 이 법적 분쟁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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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난제를 마주하게 된다"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에 착수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한국산 철강과 자동차에 고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25%의 '상호주의 관세' 확대까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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