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은 올해 국제유가가 원유 공급과잉으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60~75달러의 완만한 조정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7일 '원자재 레시피- 트럼프의 거센 입김과 국제유가의 향방' 보고서에서 "국제유가는 원유 공급 과잉으로 인해 하방 압력이 우세할 전망"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원유 생산량과 재고가 증가한 가운데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예정대로 4월부터 증산에 돌입한다며 '공급 과잉' 우려를 짚었다.
그는 "셰일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 전후로 원유 생산을 늘리기 시작해 역대 최대 생산량 수준을 유지 중"이라며 "2023년 초부터 2년 동안 서서히 줄어들던 원유 시추기 가동도 올해 1월 중순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1월 중순 이후 미국의 상업용 원유 재고까지 증가하고 있어, 결국 미국산 원유 및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국가가 늘어나야만 하는 상황이다. 전 연구원은 "한국은 네덜란드, 캐나다와 함께 미국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이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에 대미 에너지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글로벌 원유 공급은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를 필두로 한 산유국에서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OPEC+는 4월부터 일일 22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완화하고 증산에 돌입하기로 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된다면 러시아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가 풀리며 추가 원유 물량이 공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이란 제재 강화로 향후 이란발 물량이 감소할 수는 있으나, OPEC+의 공급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 연구원은 "(미국발) 무역분쟁이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하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원유 수요에 대한 기대감도 제한적"이라며 "WTI는 배럴당 60~75달러의 박스권 내에서 완만한 조정 장세가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하락세를 이어온 WTI(4월 인도분 기준)는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전장 대비 0.05달러(0.08%) 오른 배럴당 66.3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5거래일 만의 상승 전환이지만, 여전히 배럴당 70달러선 아래에 머물며 투자심리가 돌아섰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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