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쟁사 앞선 기술력·생산 속도
유리기판 도입 확산 속 기술 과제 대두
SKC 자회사 앱솔릭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리기판 샘플을 제작해 고객사에 납품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시장 확보에 나선 것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앱솔릭스는 유리기판을 만들어 핵심 고객사들에 샘플을 납품하고 있다. 고객사들은 이를 활용해 자사 제품이나 공정에 적용하면서 성능, 품질, 호환성 등을 시험하게 된다. SKC 관계자는 "올해 말 양산을 목표로 여러 빅테크 기업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엡솔릭스가 샘플을 제공한 기업은 최대 20여 곳으로 파악된다. SKC 측은 고객사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크리스 팁 앱솔릭스 마케팅 디렉터는 지난해 SKC 홍보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유리기판 공장 가동 직후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20개 이상 주요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며 먼저 연락해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앱솔릭스의 유리기판 샘플 납품은 다른 기업들보다 빠른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경쟁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이제 막 뛰어들었다. 해외에선 일본 소재 기업 다이닛폰프린팅(DNP)이 2027년 유리기판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세계 반도체 기판 1위인 이비덴은 엔비디아에 AI 반도체 기판을 독점 공급하고 있지만 유리기판은 2023년부터 연구개발 과제로 포함, 시작 단계에 있다.
앱솔릭스는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 세계 최초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완공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앱솔릭스의 시제품 생산과 양산 준비 속도가 업계에서 가장 빠르다"며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필수 요건인 대면적 기판 제작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앱솔릭스는 본격적인 양산에 앞서 인력 채용을 계속 늘리고 있다. 현재 공정 통합 엔지니어, 공정 및 제품 개발 엔지니어, 전기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엔지니어, 연구 프로그램 관리자, 생산 감독관 직무를 채용 중이다. 이번 채용에서 비즈니스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을 통해 지원한 인원은 이미 500명을 넘었다.
유리기판은 칩과 기판 사이에 들어가는 중간 부품(인터포저)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기판 두께를 줄일 수 있다. 전력 소비는 30% 줄고 처리 속도는 40% 빨라지며 생산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된다. 팁 디렉터는 "유리기판을 사용하면 회로 선폭을 약 2㎛(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로 줄일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유리기판 고객사가 될 반도체업체들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인텔은 2030년 이전 유리기판 도입을 공식화했고 AMD와 브로드컴도 기술 채택을 검토 중이다. 엔비디아도 유리기판을 도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기술적 난도는 여전히 높아 제조 공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최도연 SK증권 연구원은 "유리관통전극(TGV)에서의 내구성, 대량 양산 과정에서의 수율, 새로운 공급망 편성에 따른 신뢰성 등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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