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확산 속 주요 빅테크가 행사 주도
中 참가자 비자 발급 제한
AI 양자 우주 등 미 기술정보 유출 차단 시도
트럼프 취임 앞두고 미중 기술 경쟁 격화 예고편
새해 벽두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CES)가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무대로 거듭나고 있다.
2일 전미소비자가전협회(CTA)와 업계에 따르면 CES 2025는 단순한 전자제품 전시를 넘어 세계 기술 트렌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CES 2024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면, 올해는 AI를 중심으로 양자(Quantum)와 우주, 에너지 전환 등이 합류하며 기술 혁신의 중심이 미국에 있음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분야에서 세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들이 이번 CES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자율주행에서는 완전 무인 시스템과 고도화된 AI 운행 솔루션이, 우주 기술에서는 민간 우주 탐사의 성과와 상업적 우주 활용 기술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지의 기술로 여겨지던 양자 컴퓨팅은 그 발전 가능성을 CES라는 글로벌 무대에서 확실히 보여줄 전망이다.
CES는 올해 양자 기술을 포용하며 기술 주도권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양자 행사인 '퀀텀 월드 콩그레스'와 협력해, 양자 기술의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실제 응용 사례를 집중 조명하기로 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구글이 '윌로우' 칩을 통해 양자컴퓨터의 실현을 성큼 앞당긴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미국 주도의 주도권을 선명하게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CES의 '메인이벤트'였던 빌 게이츠의 기조연설이 사라진 후 장기간 비어 있던 키노트의 메인이벤트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넘겨받은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2008년 마지막 기조연설에 나선 게이츠의 연설을 듣기 위해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던 상황이 고스란히 재현될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게이츠가 사람과 세계를 '통합'하고 '연결'해주는 디지털 세상의 비전을 제시했다면 황은 황은 2018년 이후 7년 만에 CES 무대에 올라 CES가 인공지능과 반도체의 융합이 가져올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CES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테크 분야 미·중 갈등의 발화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가 열린 후 CES는 한국에 이어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부스를 열고 최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는 장으로 자리해왔다. 이 추세는 자동차 분야가 전기차로 변화하며 CES를 대거 점령하면서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2025년 행사에서는 중국 기업인들은 참석이 대거 제한되며, 영향력이 크게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정부가 CES에 참석할 중국인들의 비자 발급을 제안하면서 양국 간 외교적인 문제로까지 번진 것은 미국 측의 수출 규제와 기술 패권 강화 정책이 CES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여파로 2021년 이후 CES를 외면했지만, 지난해에는 한 중국 기업들이 올해는 대거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CES 2024에 참석한 중국기업은 1115곳으로 2023년(502개)에 비해 두배 이상으로 치솟으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CES에서 '탈중국화(de-Chineseization)'를 추진한다면, 이 행사가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예정된 상황에서 향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국 측과 달리 중국에 친숙한 유럽에서 지난해 열린 IFA 행사에는 참가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기업이었다는 사실은 기술 패권경쟁이 미·중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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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정책전략대학원장은 "미국이 트럼프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시동을 건 것 같다"면서 "새 정부에서 정보효율부(DOGE)를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양국 갈등에서 중요할 키를 쥐고 행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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