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까다로운 마케팅 규제 환경 속에서도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의약품은 약국 내부에서만 판매가 가능하고, 전문의약품의 경우 의약전문지 외 일반 매체 광고가 금지되는 등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의약품 구매 시 사은품 제공이나 추가 증정 등의 판촉 활동도 제한되어 있어 일반 소비재 기업과 비교해 마케팅 활동이 상당히 제약된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동아제약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 수입 고급 비타민 브랜드 '오소몰'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으며, 대표 제품인 박카스의 팝업 스토어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존슨앤드존슨도 지난 10월 서울 성수동에서 타이레놀 팝업 스토어를 열며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특히 대웅제약은 회사명의 의미인 '큰 곰'과 간장약 '우루사'의 특성을 활용한 독특한 마케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패션 업체와 협업해 우루사 로고가 새겨진 빅사이즈 의류를 제작했는데, 판매 수익을 협업 패션업체에 양도하고 완판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제약사들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적극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유한양행은 수십 년간 발행해 온 사보 '건강의 벗'을 디지털 채널로 확장해 페이스북 구독자 45만 명, 유튜브 구독자 23만 명을 확보하며 뉴미디어 마케팅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한미약품은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취업정보 유튜버 '캐치TV'와 협업하여 여성 영업사원의 하루 일과를 담은 브이로그를 제작했다. 이 콘텐츠는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신입 영업사원 지원자들 사이에서 필수 시청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이는 기업 브랜드 마케팅이 우수 인재 채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통적인 매체를 통한 브랜드 마케팅도 여전히 활발하다. 구주제약, 유유제약, 조화제약, 환인제약, 건일제약 등은 라디오 광고를 통해 꾸준히 기업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명인제약으로, 정신신경계 전문의약품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잇몸병 보조치료제 '이가탄'을 통해 적극적인 기업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연간 매출 200억 원대의 이가탄은 광고 마케팅 비용이 매출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송해, 백일섭, 강호동 등 톱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기업 인지도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제약사들의 이러한 브랜드 마케팅은 복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처방약에 대한 신뢰도 제고다. 환자들이 처방받은 약의 제조사를 확인할 때, 인지도 있는 제약사의 약품이라는 점이 의사의 처방에 대한 신뢰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브랜드와 제품의 노후화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동아제약의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중장년층 위주였던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젊은 층을 아우르는 에너지 음료로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쇄신한 대표적 사례다. 이 캠페인은 대학생들이 국토를 걸으며 활력을 찾는 모습을 통해 브랜드의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우수한 인재 확보라는 실질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 특히 영업직 채용에서 기업 인지도는 지원자의 질과 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회사의 특성상 영업사원이 전체 직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브랜드 마케팅이 단기적인 매출 증대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투자자들 역시 제약바이오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기업 가치를 판단하는 보조적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제약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이 단순한 홍보를 넘어 기업의 미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투자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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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 기자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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