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첨단전략산업 규제체감도 조사
기업 54% "경쟁국보다 규제 과도"
향후 개선분야 기술·인력·금융·환경 순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기업 과반이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도를 비롯한 한국 규제가 경쟁국보다 과도하다고 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산업 기업 433곳을 대상으로 '첨단전략산업 규제 체감도 조사'를 한 결과 한국 첨단산업 규제 수준이 경쟁국보다 과도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기업은 53.7%였다고 25일 밝혔다. 비슷하다고 답한 기업은 23.7%, 과도하지 않다는 기업은 22.6%였다.
업종별로 경쟁국보다 규제가 강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은 이차전지 58.2%, 바이오 56.4%, 반도체 54.9%, 디스플레이 45.5% 순이었다.
규제 이행 부담 여부에 대해서는 72.9%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바이오가 83.6%로 가장 높았다. 이차전지는 73.6%,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각각 67.3%였다.
규제 이행을 어렵게 하는 이유로 '규제가 너무 많아서'(32.8%)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준수해야 할 규제기준이 높아서'(23.1%), '자료 제출 부담이 과도해서'(21.8%), '교육 등 의무사항이 과도해서'(11.1%) 등이 뒤를 이었다.
규제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전년 대비 규제 환경이 개선됐는지에 대해서는 42.7%가 아니라고 답했다. 향후 개선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46.5%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기업들은 향후 첨단산업 규제개선 중점추진 분야로 기술(29.6%), 인력(17.8%), 금융(14.7%), 환경(12.6%) 등을 꼽았다.
가장 많은 기업이 중점 규제개선 분야로 꼽은 것은 연구개발(R&D), 인증·검사 등과 관련된 이른바 '기술규제'다. 특히 바이오 기업 43.6%가 기술규제 개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A기업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반 혈당 측정 및 진단이 가능한 채혈기를 개발했지만 의료기기와 진단의료기기가 합쳐진 복합제품으로 판정받아 의료기기시험, 진단의료기기시험 등 중복 인증을 거쳐야 했다"며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인력규제'가 뒤를 이었다. 첨단전략산업 특성상 숙련된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제약이 많다는 주장이다. B사 관계자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시간을 12시간까지 늘릴 수 있어 밤을 새워가며 R&D에 매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발목이 잡혀있다"며 "국가에서 육성하는 첨단전략산업만이라도 근무시간 잔업·특근 이슈에 예외를 적용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대한상의는 첨단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속해서 개선과제를 발굴·건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환경규제는 매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환경정책협의회(대한상의-환경부 공동)를 첨단산업 환경규제 개선 창구로 활용하고, 기업 현장 애로사항을 상시로 발굴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처음 시행한 첨단전략산업 규제 체감도 조사는 매년 정례화할 예정이다.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기업 인식과 체감수준을 지수화하고 규제 수준·강도를 비교·분석해 지속적인 규제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를 제시할 계획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첨단전략산업 분야 규제 개선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첨단전략산업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분야인 만큼 국회에 계류된 '첨단전략산업기금법', '반도체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지원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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