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힘들다…연말 특수 사라져"
“뜻하지도 않은 일이 발생한께 당황스럽제. 근디 이걸 어쩔 것이여.”
12일 오전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골목길. 3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9) 씨는 가게 한쪽에 앉아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가 나오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자영업자, 서민들은 뜬눈을 지새우며 개고생하는데, (윤 대통령은) 저렇게 당당하다”며 “장사를 오래 해왔지만, 힘들어 죽겠다. 계엄령 이후 그나마 있던 예약도 취소됐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사정은 이곳만이 아니었다. 대를 이어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박모(41) 씨는 “12·3 계엄 사태 이후 단체예약 취소가 5건 있었다. 일반 예약이랑 단체예약은 타격 자체가 다르다”며 “우리 가게는 그나마 장사가 되는 편인데도 매출 추이는 계속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구 화정동에서 낮에는 백반집을, 밤에는 단체 손님이 있을 때만 운영한다는 김모(62) 씨는 “비상계엄 있고 그다음 날 예약을 자주 하는 성당이 있는데 20여명 규모였으나 취소됐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들다”며 “나는 5·18민주화운동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솜이불 아래 숨어있던 학생이었다. 지금 느끼는 공포는 생계에 대한 무서움으로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이 외에도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탄핵 정국 이후 올해 12월 장사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물가와 인건비, 월세 등으로 폐업을 앞두고 있다고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광주지역 사업자 폐업률은 2023년 11.8%(2만6,064명)로 인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지난 2022년(2만3,101명) 대비 12.8% 늘어난 것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폭이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의 도산 전 구조조정제도의 다양화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로 연명하던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계에 이르러 도산신청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돼야 한다.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상황에서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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