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위해 가입"...소개도 못 받았는데 위약금 내라는 결혼중개업체[헛다리경제]

(48)중도 계약 해지시 한 번 만남에 수백만원 비용 내는 셈

편집자주좀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는 똑똑한 경제활동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헛다리를 짚은 경우가 많다. 기업 마케팅에 속거나 순간적 이득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면 결국엔 피해 보는 쪽은 소비자다. 일상생활 속 대상을 잘못 파악하고 일을 그르친 '헛다리' 짚는 경제활동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입자가 원하는 조건(직업, 나이, 연봉 등)의 결혼 상대를 주선해 주는 결혼중개업체는 계약 해지 조건이 까다로워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만남조차 성사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상대방의 프로필을 주고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계약 해지 시 환불 금액이 달라진다.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내 결혼중개업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모두 1188건으로 2021년 321건, 2022년 326건, 2023년 350건, 올해 상반기 191건이다. 피해 구제 신청자의 연령대는 30대가 42.5%(505건)로 가장 많다. 이어 40대 27.6%(328건), 50대 12.4%(147건), 60대 7.9%(94건) 등의 순이다. 20대와 70대는 각각 69건, 37건이다. 가입비별로는 200만∼400만원 미만이 45.4%(539건)로 가장 많다. 200만원 미만 30.1%(358건), 400만∼600만원 미만 14.2%(169건) 등의 순이다.

결혼중개업체 가입 비용은 가입자의 나이, 직업, 자산 등 상황과 원하는 상대의 조건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1년 기준 440만원에서 770만원, 최대 1330만원까지(결혼중개업체마다 상이)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직접 결혼중개업체에 결혼 상담을 받아봤다. 상담사는 가입이 이뤄지면 최소 3주에 한 번 만남 주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6개월 기준 10~15번의 만남이 이뤄진다고 했다.

계약조항에는 상대방의 프로필을 받기 전, 후의 환불 기준이 달라진다고 명시돼 있다. 프로필을 받기 전 변심으로 환불을 진행할 경우 가입금액의 90%를 돌려받을 수 있다. 상대방의 프로필을 받고 약속까지 정했는데, 중간에 약속을 파기하고 환불을 진행할 경우는 가입비의 85%를 돌려받는다. 한 번의 연결 후 환불을 진행하게 되면 가입 금액 80%의 3분의 2 정도만 받을 수 있다.

예컨대 400만원을 내고 결혼중개업체에 가입한 후 한 번의 소개팅을 거친 뒤 계약 해지를 신청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213만원 정도만 돌려받게 된다. 상담사는 "가입 금액의 80%를 기준점으로 하는 것은, 20%를 상대방 연결을 위한 상담 비용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 해지 시 받는 불이익이 크다는 점에서 변심이나 상황 변화 등에 따른 환불 결정보다 일정 기간 보류 신청을 한 후 계약을 이어가는 게 이득이라고 추천했다.

결혼중개업체에 가입비를 다 냈다고 더 이상 들어가는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혼중개업체마다 '패키지' '구독' 등의 표현으로, 보다 긴 기간의 계약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 결혼에 성공했을 때 '성혼사례비'를 요구하는 업체도 있으니 가입 시 확인은 필수다. 보통 가입비와 성혼사례비 비율을 1대 1로 둔다. 가입비가 400만원이면 성혼사례비도 400만원이다. 경우에 따라 가입비를 적게 받는 대신 성혼사례비를 더 높게 책정하기도 한다. 가입비를 400만원 낸 사람이 성혼사례비로 1000만원을 내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결혼중개업 관련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해 ▲계약 전 사업자 정보를 확인할 것 ▲ 계약서의 거래조건(횟수제/기간제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할 것 ▲ 표준약관의 환급기준과 비교해 부당한 환급 조항이 있는지 확인할 것 등을 당부했다.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