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0월까지 CEO 1824명 퇴사
사업 환경 복잡성 늘어, CEO 실적 부담↑
올해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퇴사율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현지시간) 글로벌 재취업 컨설팅 업체인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들어 10월까지 회사를 떠난 CEO는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1824명으로, 업체가 CEO 교체 현황을 추적하기 시작한 2002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데이비드 카스 메릴랜드대 재무학 교수는 야후 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이사회가 점점 더 독립적으로 변하고 있는 가운데 수익과 주가 모두에서 저조한 성과를 낸 책임을 CEO에게 묻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 압박으로 인해 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스 교수는 특히 지난 2년간 미국 증시가 호황이었던 점이 CEO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약 20% 상승한 S&P500지수가 올해도 26% 수준의 연초 대비 상승률을 기록 중인 가운데 이를 견인하고 있는 '매그니피센트 7' 등 몇몇 대형주들이 여타 CEO들에 대한 이사회와 주주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취임 17개월 만에 사령탑을 교체했던 스타벅스를 비롯해 나이키, 스텔란티스, 인텔의 CEO들 모두 주가 및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최근 수장직에서 물러났다.
CEO들을 둘러싼 사업 환경이 예년보다 가혹해진 점도 빈번한 CEO 경질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컨설팅 업체 러셀 레이놀즈는 "빠른 기술 혁신 속도, 지정학적 위기, 사회 문제 등 거시적 비즈니스 환경이 복잡해졌다"며 짧아진 CEO 교체 주기는 이 같은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리더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고금리로 차입 비용이 증가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 점도 CEO들에겐 걸림돌이 됐다.
신임 CEO들 앞에 놓인 상황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CEO처럼 위기에 처한 회사의 '구원투수'로 등판할 경우 높은 연봉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의 마이클 파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기업이 다른 회사들처럼 상승 기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가라앉고 있다면 이사회는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불공평하게 들릴 수 있지만, CEO가 실제로 잘못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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