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1억 6천여 만원 퇴직위로금 지급
계좌잔금 0으로 만드는 '땡처리' 관행 여전
지급 여부나, 기준 등 기본 원칙 있어야
최준선 "퇴직금 다른 명목 지급은 위반 성격"
임기 만료로 국회를 떠난 21대 의원들 상당수가 임기 말에 보좌진 등에게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정치자금으로 격려금과 퇴직위로금을 지급했다. 남은 후원금 잔액을 모두 지출하기 위해 '퇴직금 잔치'를 벌였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지급 여부나 기준 등이 제각각이어서 기본 원칙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경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제21대 임기 만료 국회의원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임기 종료 144명 의원 중 56명이 보좌진 등 측근에게 퇴직위로금 등 격려금을 지급했다. 지급률은 38.8%로, 임기 종료를 앞둔 의원 10명 중 약 4명이 정치후원금 계정을 통해 격려금을 지급했다.
이들 중 퇴직위로금을 가장 많이 지급한 이는 하태경 전 의원이다. 11명의 보좌진에게 총 1억6638만원을 줬다. 사무국장에 퇴직금 및 위로금 2300여만원, 보좌관 및 비서관에 각각 퇴직위로금 2400만원, 또 다른 비서관에겐 2300만원, 또 다른 비서관에겐 200만원 등 직급 및 근무 기간 등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이용호 전 의원은 1100만원씩 3명, 900만원 1명, 500만원씩 3명, 400만원 1명, 1958만원 1명 등 9명에게 총 8058만원을 지급했다. 권명호 전 의원은 800만원씩 9명에게 퇴직격려금 총 7200만원, 정진석 전 의원은 500만원씩 8명, 300만원씩 4명, 200만원씩 2명 등 14명에게 퇴직위로금으로 총 56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이 외에도 이상헌 전 의원의 경우 1000만원씩 2명, 500만원 1명에게 퇴직격려금을, 500만원씩 6명, 50만원 1명 등 7명에게 격려금을 포함해 총 10명에게 5500만원을 입금했다. 태영호 전 의원은 성과급 명목으로 보좌진 등 총 7명에게 4800만원을, 양금희 전 의원 역시 8명의 당직자에게 총 4800만원을 건넸다.
퇴직하는 의원들이 후원회 계좌 잔금을 0으로 만드는 이른바 '땡처리' 관행도 이어졌다. 사용 후 남은 정치후원금을 당에 인계하기보다는 마지막 1원까지 남김없이 사용하기 위해 잔액을 격려금 등으로 지출하는 것이다.
윤관석 전 의원은 지역사무실 국장을 포함한 보좌진 10명에게 100만~500만원을 각각 퇴직위로금으로 전달하고, 후원금 잔액 77만8583원을 자신의 회계책임자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오영환 전 의원 역시 보좌진 세 명에게 각각 100만원씩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뒤 또 다른 보좌진에게 잔액 80만6005원을 건네 후원금 계정 잔액을 0원으로 만들었다. 김웅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8명의 보좌진에게 각 33만원씩 퇴직위로금을 주고, 한 보좌진에게는 17만4732원을 건넸다. 이후 잔액 3만7000원은 국회 현안 관련 간담회 비용으로 사용 처리했다.
정치자금으로 보좌진에게 퇴직금을 주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까.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5년 '국회의원이 그 보좌관·비서관·비서에게 의정활동 지원과 관련하여 통상의 격려금을 후원회로부터 기부받은 정치자금에서 지출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즉 별정직공무원 등에 별도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은 위법이 될 수 있으나, 격려금·위로금의 형태를 취할 경우 일정 범위 내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격려금 지급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 임기 만료를 앞둔 의원들의 후원금 잔액 땡처리를 위한 퇴직금 잔치 관행이 지속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의원들은 '명목'을 퇴직금이 아니라 '퇴직격려금' 혹은 '위로금' 등으로 지급했다. 보좌진(인턴 포함) 등이 공무원연금 또는 일시퇴직금 지급 대상자이기 때문에 후원금 계정으로 퇴직금을 받을 경우 이중 혜택에 해당돼 정치자금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제2조 3항에 따르면 '정치자금은 정치 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로만 지출해야 하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용호 전 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지역에서 8년을 함께해온 보좌진 등이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미안한 감정도 있고 해서, 근속 연수나 가정을 이루고 있는지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각각 격려금을 지급했다"며 "지급 전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름을 무엇으로 붙이든 그와 유사한 지급을 금하는 게 법의 취지이기 때문에 사실상 퇴직금을 다른 명목으로 지급하는 건 위반의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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