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퇴근·근무일을 조합한 신조어
中 노동법 1일 8시간 주 44시간 명시
위법 사례 만연하자 中 정부 나서기도
"직원의 가정까지 왜 고려해야 하나"
지난 5월 1일부터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百度)의 취징(49) 홍보 부사장은 초과근무를 미화하는 영상 4건을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音) 개인 계정에 연속으로 올렸다가 중국 누리꾼의 뭇매를 맞고 결국 직장을 잃었다.
영상에서 그는 "홍보 업무에는 주말에 쉬는 건 생각할 수 없다" "24시간 휴대전화를 켜놓고 항상 회신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 누리꾼들은 '007 근무제'라며 자조 섞인 비판을 했다. 007 근무제란 0시부터 0시까지 24시간, 7일 동안 계속 일한다는 의미다. 이 발언은 바이두 주가에도 영향을 줬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바이두 주가는 취 부사장 발언 이후 4% 떨어졌다. 취 부사장은 5월 9일 사과문을 올린 뒤 해임됐다.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 경직된 '주 52시간 근무제'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연구원 등 핵심 인재는 자율적인 연구·개발(R&D)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규제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 예로 중국의 살인적인 노동 시간이 거론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연장 근로가 중국 반도체 산업 급성장에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중국에선 근무시스템을 '996·896·715'처럼 세 자리 숫자로 표현하곤 한다. 각각 출근 시간, 퇴근 시간, 근무일을 나타낸다. 이중 996 근무제(9시 출·퇴근, 주 6일 근무)가 가장 흔하다고 한다. 마윈(?云)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는 2019년 4월 "996은 축복"이라고 말했다가 많은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896근무제'는 오전 8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6일 근무를, '715근무제'는 주 7일 하루 15시간 근무를 뜻한다. 앞서 007근무제는 과도한 초과근무를 비꼬는 신조어이며, 실제로 이뤄진 근무제는 아니라고 전해진다.
한 영국인 청년이 996근무제 경험담을 온라인에 공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2년 중국의 게임 대기업 넷이즈(?易)에 입사한 잭 포스다이크(28)는 "매일 오전 10시에 일을 시작했다. 제 표준 퇴근 시간은 오후 10시였고, 때론 자정을 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수척해진 자기 사진을 공개하며 "왜 이 직무를 수락했을까"란 자조적인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중국 현지에서 많은 공감을 받으며 26만회 이상 조회됐다.
중국 배터리업계 1위 기업인 CATL에서는 996을 넘어 896근무제가 공공연히 이뤄졌다. 이러한 초과근무 압박은 2위 기업인 BYD와의 격차가 줄어든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896근무제 시행을 전사적으로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부서의 직원들에게 896근무제 통지가 내려졌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는 대상에서 제외돼 내부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고 한다.
중국 노동법에 명시된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주 44시간이다.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매주 최소 하루의 휴일을 보장해야 한다. 협의 하에 연장근로를 할 경우, 하루 1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하루 3시간 이내, 월 36시간 이내로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하지만 근로시간 위법 행위가 계속되자, 중국 정부는 2021년 8월 최고인민법원과 공동으로 '10가지 야근사례'를 들며 근로시간 원칙을 준수하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중국의 디지털 기술 산업에서 직장 내 996근무가 점차 사라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의 HR기업 라고우(拉??)가 발표한 ‘2023년 직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 인재의 약 80%가 주당 50시간 미만으로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근로시간별로는 주당 40~50시간(48%) 근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주당 40시간(30%), 50~60시간(16%) 순이다. 응답자의 6%만이 주당 60시간을 초과한다고 답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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