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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응급의료 고비, 아직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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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응급의료 고비, 아직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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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다니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일부 있긴 했지만 지난 추석 연휴 우려를 했던 수준의 응급실 대란이나 큰 혼란은 없었다고 정부는 자평했다. 매일 브리핑을 통해 "증상이 경미할 경우 우선 동네 병·의원을 찾고, 긴급한 큰 병은 119에 신고하면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될 것"이라고 안내한 응급실 이용수칙을 국민이 잘 따라준 덕분이라고 했다. 의료 현장을 지켜준 의사와 간호사, 각자의 역할을 다해준 소방·경찰 공무원들의 헌신에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불편은 그간 우리 의료체계에 누적돼온 문제들에서 비롯된 만큼 앞으로 의료 개혁을 통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재차 공언했다.


반면 의료계에선 응급실에서 고군분투한 의사들이 있었기에 고비를 간신히 넘겼을 뿐 실제 현장의 혼란은 지난해 추석 때보다 더 컸다고 주장한다. 이달 14~18일 추석 연휴에 전국 각 병원 응급실에서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알린 '진료제한' 메시지는 하루 평균 376건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2023년 9월28일~10월3일) 일평균 254건보다 48%나 더 많았다. 진료제한은 응급실 처치 후 후속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된 지 꼬박 7개월이 되면서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는 쌓일 대로 쌓여 한계에 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34개 수련병원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89명에게 물으니 응답자 중 69.7%(62명)가 추석 연휴가 포함된 지난 13~20일 사이 최대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했다고 답했고, 이 중 16.9%(15명)는 16시간 이상, 3.3%(3명)는 36시간 이상 연속 근무 상태였다.


이렇게까지 몸을 혹사하며 현장을 지켰지만 의사들은 앞으로 다가올 가을과 겨울에 자칫 중증환자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당장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시기가 다가왔고,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코로나19 역시 언제든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 초입엔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중증응급환자도 많아진다. 비정상적인 의료 시스템 하에서 자칫 감염병 확산이나 촌각을 다투는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하면 우왕좌왕 대응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희생자가 나올 위험이 커진다.


응급실뿐 아니라 이미 상급종합병원의 여러 진료과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큰 병원이 아니면 치료가 불가능한 희귀질환 환자들, 중환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의사 부족으로 수술 일정이 미뤄지고, 말기 암 환자에게 한 번 더 시도해볼 만한 항암 임상시험 기회도 줄고 있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치료에만 전념해야 할 중환자들에게 치료받을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감은 병세를 악화시킬 뿐이다. 한 환자단체 대표는 "치료가 지연돼 삶의 질이 저하되거나, 생명 연장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고통을 겪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고 토로했다.



실타래처럼 꼬일 대로 꼬인 의정 갈등 속에 애꿎은 환자들은 인질 신세가 됐고, 지켜보는 국민들 역시 언제 내 차례가 될지 몰라 불안한 처지다. 의료체계의 붕괴는 추석 연휴를 버텨낸 데서 끝난 게 아니라 올겨울과 그 이후까지 점점 더 악화할 일만 남았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한 이 싸움의 끝을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조인경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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