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 '퇴근 후 연락 금지' 법제화
노동당vs보수당, 새로운 노동 정책 두고 대립
"기업 운영해본 사람 없어…현실 몰라" 비판
영국 내에서 새로운 노동 관련 정책에 대한 찬반의 목소리가 대립하고 있다.
최근 영국 현지 매체들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가 오는 10월 시한을 앞두고 노동 공약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최소 노동시간을 설정하지 않고 사용자가 원할 때만 일을 줄 수 있게 만들어 '노동 착취'라는 비판을 받은 '제로아워 계약'의 폐지가 거론되는 중이다.
또한 취업 첫날부터 적용되는 출산휴가·유급 병가 허용과 근로 계약 시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해고 후 재고용의 금지도 포함될 예정이다. 아울러 노동당 정부는 고용주가 퇴근 후나 휴가 중인 직원에게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거나 연락할 수 없도록 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보장한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 부대변인은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쉴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훌륭한 고용주는 노동자가 의욕과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국의 노동 관련 법규는 17주 평균 노동시간이 주당 48시간을 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진 않다. 이 때문에 고용주가 업무 외 시간에 직원들에게 지속해서 연락해 실질적으론 무급 연장근로에 해당하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실제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며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노동당 정부가 주 48시간 근무를 지키지 않는 고용주를 상대로 노동자들이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아울러 노동자들이 일일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통상 주 5일인 근무 일수를 주 4일로 변경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는 권리도 보장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영계와 보수 진영은 유연한 노동시장에 기반한 경영의 자유와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지향하는 만큼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보수 성향 매체 데일리메일은 "노동당이 의회 토론이나 표결 없이 노동자의 새로운 권리를 서둘러 밀어붙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국 보수당의 케빈 홀린레이크 기업 담당 대변인 역시 "이러한 개혁을 추진하는 장관 중 누구도 기업을 운영해본 사람이 없다"며 "그들은 사기업이 운영되는 현실 세계에 대해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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